지난 20일 오후 였습니다. 저의 여동생이 모 학원으로부터 "다음주 월요일부터 출근하세요"라는 연락을 받아 취업에 성공한 것입니다. 여성들이 많이 취업하는 단순 사무직이 아닌 학원 강사로 말이죠. 올해 만으로 20세인 여동생은 모 전문대에서 성적 우수자로 장학금 받았고 전공 관련 자격증 취득 및 교육 이수에 이르기까지 누구보다 알차게 학교 생활을 했습니다.

더욱 놀라운건, 제 여동생이 생애 처음으로 취업 원서를 썼는데 단 한번에 합격한 것입니다. 취업 지원할때 학과 친구들이 몇명 있었는데 제 여동생 한 명만 합격한 것이죠. 남들은 취업 원서를 수십개 쓰면서도 합격 통보를 받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것과 대조적이죠. 우리나라의 '우량' 전문대학들이 학과 교수를 중심으로 '취업'에 무게를 두다보니 취업이 잘 되는 곳들이 많습니다. 제가 나왔던 모 전문대 토목과 취업률은 최근 3년간 평균 80%를 넘었으니까요.(물론 4대보험 적용되는 곳을 말합니다.)

그런데 제 마음속으로는 동생의 취업이 그리 기쁘지 않더군요. 올해 모 대학교에 편입해서 내년이면 4학년이 되는데 하필이면 내년 취업 시장이 올해보다 더 불황인 것입니다. 더구나 제 스팩이 좋지 않아서(사실 학교 졸업마저 쉽지 않을 정도로 성적이 좋지 않습니다. 편입생이다보니 전공을 다른쪽으로 바꿔서 기본기가 부족해요.) 대기업과 우량 중소기업 취업은 꿈도 못꿉니다. 소기업을 노려야 하는데 이곳마저 합격할 수 있을지 참 불안하더군요.

제 여동생은 단 한번에 취업 성공했지만, 저는 올해 여름 취업원서를 여러곳 보내고도 번번이 퇴짜 맞았습니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1년 넘게 아르바이트했던 곳을 그만두고 인터넷 쇼핑몰 창업하려고 했는데 자본금이 부족해서 취업으로 눈을 돌린거죠.

저는 서류 불합격이 많았습니다. 대학교가 명문이 아니었거나, 대학교 재학생이라는 점, 자기소개서 내용이 별로였거나, 다른 취업 지원자의 경력이 더 좋았거나, 그 외 등등 여러 요소로 인해 취업을 안시켜주더군요. 제가 면접 보던곳이 3곳이었는데 그 중 2곳은 제가 학교 다니고 있는 것을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취직하려면 직장에 모든 것을 전념해야지 왜 학교 다니냐"는 게 그들의 입장이죠. 주변에 회사 다니면서 야간에 학교에서 공부하는 친구들이 얼마나 부럽던지 말입니다. 심지어 어떤 곳은 "니가 다니는 학교도 대학교냐. 너 필요없어. 저리 꺼져"라는 직설적인 반응을 보이며 저를 언짢게 생각하더군요.

유일하게 취업할 수 있는 단 한곳이 남아 있었는데, 어느 유명 인터넷 쇼핑몰의 비정규직 직원으로 배송을 맡는 것이었습니다. 워낙 취업이 잘 안되다보니 밑바닥부터 시작하려는게 당시의 제 계획이었죠. 쇼핑몰 창업에 대한 꿈이 있었기 때문에 쇼핑몰 쪽으로 들어가고 싶었고요.

그런데 그 쇼핑몰은 취업 사이트에 올린 취업 정보의 '약속'을 깨뜨렸습니다. 그들이 인터넷에 올린 취업 정보에는 근무시간 오전 9시~오후 7시, 봉급이 수습 90만원, 비정규직 직원 100만원입니다. 그런데 면접때 만나니까 잔업이 2시간 더 있다고 하더군요. 하루 12시간에 90~100만원을 받고 일해야 하는 셈입니다. 주 6일 근무인데, 최저 시급제보다 돈을 더 받을 수 없더군요. 그 회사에서 시급 4000원 받고 일하는 아르바이트 생들보다 '실질적으로' 돈을 더 못받는 셈입니다. 그 회사가 저를 단단이 부려먹겠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아 '이건 정말 아니다'는 기분 밖에 안들더군요.

나중에 그 회사에서 '취업 합격' 통보를 받았지만 저는 "됐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까 그 회사에서 일하고 싶지 않네요"라고 말하며 취업을 취소 했습니다. 그런곳에서 직원으로 일하느니 시급 많은 아르바이트를 하는게 더 나았던 것이죠. 결국에는 다시 '시급 많은'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었지만 그 업체에 들어가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는 없습니다.

문제는 취업 시장이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죠. 내년에는 어디까지 악화될지 모르겠습니다만,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더군요. 워낙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돈 벌면서 학교 다니고 있습니다만, 공부가 뒷전이라 스팩이 남들보다 뒤떨어져서 취업에서 제가 불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제가 선택을 잘못한 것일수도 있겠죠. 제가 원래 전공인 토목쪽으로 갔더라면 '대학교 1학년-군대-대학교 2학년 졸업'의 경로로 바로 토목업체에 취직할 수 있었는데, 학교 졸업하자마자 군대가는 바람에 취업할 기회를 잃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매스컴에 잘 알려진 것 처럼, 토목 및 건축 시장이 불경기라서 취업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직원들의 처우도 악화되고 있는 터라 토목 업체에 취업하지 않은 것에 미련을 두지 않습니다만, 다른 분야의 취업 시장도 상황이 안좋아서 참 불안하더군요.

무엇보다 스팩에서 남들보다 뒤쳐지다 보니 '경쟁력'이 없습니다. 취업 준비생들의 스팩쌓기 열풍 때문에 요즘 기업체들이 스팩보다 사회 경험, 인성을 더 중시한다는 언론보도를 접했습니다만 그래도 스팩은 취업에 있어 중요할 수 밖에 없는 수단입니다. 더군다나 취업을 노리는 사람들이 많아 불안함을 감출 수 없더군요.

내년에 취업이 되지 않는다면 아르바이트 2개 뛰어서 창업을 목표로 하든가, 일본 신문 장학생으로 유학가서 힘들게 돈을 벌면서 일본어 공부 하든가, 이러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제 여동생은 취업 성공했는데 저도 분발해야죠. 평생 '전전긍긍'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곤란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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