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아들' 이근호(23, 대구)가 또 한번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이며 자신의 가치를 분명하게 입증했다.

이근호는 20일 오전 1시 35분(이하 한국시간) 사우디 아라비아 리야드 킹 파드 스타디움서 열린 2010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사우디전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한국의 2-0 완승을 이끌었다. 후반 31분 박지성이 이어준 공을 골문 앞에서 받아 정교한 오른발 슈팅으로 한국의 '승리골'을 넣은 것.

이날 정성훈과 최전방 투톱으로 선발 출장한 이근호는 한국 대표팀의 진정한 '해결사'로 거듭났다. 후반 중반까지 상대의 견고한 수비와 움푹 패인 그라운드 잔디에 미끄러져 고전했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에 결정적인 골을 터뜨리며 한국 승리의 주역으로 거듭났다. 후반 31분에 자신이 골을 넣자 사우디 수비진의 기세가 흔들려 종료 직전 박주영이 '확인 사살'이나 다름없는 추가골을 넣을 수 있었기 때문.

이근호 본인으로서도 이번 골은 평소 넣었던 골보다 값어치가 크다. K리그로 눈을 돌리면, 10월 5일 수원전부터 11월 9일 성남전까지 6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쳐 골 감각을 잃은듯한 모습을 보였고 지난 15일 카타르와의 평가전에서도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해 본격적인 슬럼프가 찾아오는 듯 했다. 그러나 이근호는 사우디전서 이 같은 우려감을 떨치고 대표팀에 귀중한 골을 넣으며 자신이 한국 축구를 이끌 '에이스'임을 그것도 실력으로 증명시켰다.

이근호는 천부적인 재능보다 최고가 되겠다는 노력을 통해 '인생 역전'에 성공한 케이스. 불과 2년전까지 인천의 평범한 2군 선수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대구 이적으로 특유의 저돌적인 공격력에 눈을 떠 K리그 베스트 11 공격수 부문에 선정돼 자신의 기량을 인정 받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올림픽 대표팀의 주축 공격수로 명성을 떨치더니 이 같은 기세를 국가 대표팀에서도 이어가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허정무호에서 눈부신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올해 초 허정무 감독으로 부터 공개적으로 "체력이 약하다"는 쓴소리를 들었고 대표팀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아픔까지 겪었지만 지금은 위치가 정반대. 지난달 A매치 두 경기 연속 두 골을 터뜨리며 허정무호 공격의 새로운 키플레이어로 떠오르더니 이번 사우디전 결승골로 해결사의 진면모를 발휘하며 팀 내 위상까지 업그레이드 됐다.

최근 A매치 4경기서 5골 넣은 이근호의 오름세가 두드러진 원인은 허정무호의 공격 전술 변화와 밀접하다. 불과 두달전까지 대표팀 스리톱의 윙 포워드를 맡아 이타적인 역할에 치중하던 이근호는 지난달 대표팀이 투톱으로 전환하자 자신의 물 오른 킬러 본능을 발휘하여 대표팀에 없어서는 안될 선수로 떠올랐다.

특히 사우디전 골은 자신의 슈팅 감각이 이전보다 한 단게 더 발전했음을 증명하고 있다. 박지성에게 공을 받는 과정에서 두 눈의 시선을 떼지 않는 집중력을 발휘했고 절묘한 위치에서 침착하게 밀어넣기 골을 성공시켰던 것. 그것도 선수들의 지친 기색이 두드러지는 후반 31분에 넣었던 골이었기 때문에 "이근호는 체력이 약하다"는 허정무 감독의 발언을 뒤엎기에 충분했다. 후반 중반까지 상대 수비진에 막혀 고전하던 그였기에 강력한 '한방'을 꽂아넣는 팀의 해결사로 떠오른 것.

분명 이근호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변병주 대구 감독의 품에 안아 저돌적인 문전 쇄도와 부지런한 움직임에 두각을 나타내더니 올해 K리그와 A매치를 통해 골 감각까지 향상되어 국가대표팀서 만개한 기량을 뽐낼 수 있었던 것.

이러한 이근호의 거침없는 오름세는 몇년 째 '포스트 황선홍'을 갈망하던 한국 축구에 커다란 소득을 안겨줬다. 이번 시즌 K리그 국내 공격수 득점 1위(12골)에 오른것은 물론 최근 A매치 4경기 5골로 국가대표팀 중심 공격수로 떠올라 '이회택-차범근-최순호-황선홍'으로 이어지는 역대 한국 최고 공격수 대열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많은 축구 전문가들은 이근호를 향해 "경기를 뛸 수록 더 성장하는 선수"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앞으로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이근호의 잠재력을 읽을 수 있는 것.

이근호는 사우디전을 계기로 상대에게 단순한 위협을 주는 공격수에서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팀 승리를 결정짓는 해결사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계속 발전중인 이근호의 물 오른 활약이 언제까지 끝없이 이어질지 앞으로가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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