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천적 사우디 아라비아를 꺾겠다는 태극전사들의 ´이기고자 하는 의지´가 빛난 한판이었다. 19년 동안 한국 축구를 괴롭혔던 사우디를 그것도 적지에서 꺾고 짜릿한 ´사우디 대첩´을 달성한 것이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0일 오전 1시 35분(이하 한국시간) 사우디 리야드 킹 파드 스타디움서 열린 2010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3차전서 2-0 완승을 거뒀다. 한국은 후반 11분 나예프 하지지의 시뮬레이션 액션 퇴장으로 경기 주도권을 잡은 뒤 31분과 45분에 걸쳐 이근호와 박주영의 골로 사우디를 물리쳤다.
이번 사우디전 승리는 ´다른 경기와 달리´ 의미가 남다르다. 그동안 연이은 부진으로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던 한국 축구가 사우디 대첩으로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꿈과 희망을 제시한 것, 진정한 아시아 축구 ´지존´으로 떠오르며 19년 묵은 징크스를 떨치는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이기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적지에서 사우디를 누를 수 있었다. 주장 박지성이 지난 17일 사우디에 입국한 뒤 "아시아 팀과 경기할 때는 항상 이기기 위해서 축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우디전에서 승점 3점을 따내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할 만큼 선수 전원이 사우디를 꺾고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큼 다가서기 위해 ´서로 하나되는 마음으로´ 사우디전에 임하여 값진 결과를 거뒀다.
이 같은 한국의 승리욕은 사우디 공격을 철저히 무력화시킨 수비에서 빛났다. 한국이 19년 동안 사우디와 가진 6번의 A매치서 매번 실점을 거듭했기 때문에 사우디전 승리의 절대적인 조건으로 실점하지 않는 경기력이 중요했던 것. 허정무 감독은 사우디가 전반 초반부터 빠른 전방 침투로 쉴세없는 공격을 펼칠 것을 예상한 듯 수비에 무게를 두는 ´선수비 후역습´ 전략과 오른쪽 풀백 오범석의 공격 가담 자제를 주문하여 경계 대상 1호였던 사우디 골잡이 하지지를 집중 공략했는 데 이 지략이 결국 적중했던 셈.
한국 수비는 경기 초반부터 사우디를 기선 제압했다. 전반 3분 '김정우-기성용' 중앙 미드필더 조합을 중심으로 사우디의 빠른 역습을 막아내더니 2분 뒤 이영표가 골라인 앞을 지킨 상황에서 상대팀 선수의 헤딩슛을 온몸으로 막아낸 뒤 연속 슈팅까지 걷어내면서 위기를 넘겼던 것. 만약 이영표가 침착하게 공을 걷어내지 못했다면 원정 경기 초반에 실점하여 어렵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 위험한 순간이었다. 이는 곧 한국이 사우디 진영서 여러차례 프리킥 기회를 얻는 유리한 상황으로 이어져 이영표가 경기의 흐름을 바꾸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지를 꽁꽁 묶었던 수비수들의 집요한 견제 역시 빛났다. 하지지의 투톱 파트너였던 알 샤르브가 오범석에 막혀 부진하자 이에 힘을 얻은 '강민수-조용형'으로 짜인 센터백 조합이 하지지를 수월하게 견제할 수 있었던 것. 20세 공격수 하지지는 두 명의 수비수에게 힘을 쓰지 못해 평정심을 잃은 듯 전반 12분 김정우의 얼굴을 팔꿈치로 가격했고 34분에도 팔꿈치로 한국 선수를 넘어뜨리려다 주심에게 경고 받았다.
본격적인 한국의 페이스로 접어든 것은 후반 11분 상황이었다. 하지지가 골문 앞으로 달려들어 이운재까지 제치려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넘어지면서 페널티킥을 유도했던 것이 시뮬레이션 액션으로 이어졌던 것. 노련한 이운재는 하지지와 충돌하기 직전 자신의 발을 재빨리 빼내는 순발력을 발휘하여 하지지의 퇴장을 유도하는데 성공했다.
숫적 우세에 놓인 한국은 후반 29분 박주영을 투입시키는 승부수를 띄우며 승리욕을 드높였다. 결국 후반 31분 이근호가 박지성의 가슴 트래핑에 이은 슈팅성 패스를 오른발 마무리슛으로 밀어넣으며 선취골을 넣었다. 이후 사우디 수비진이 페이스를 잃으며 우왕좌왕하자, 그 틈을 노린 박주영이 후반 45분 아크 정면에서 염기훈의 패스를 받아 상대팀 수비수를 속이는 페인트 동작에 이은 오른발 추가골을 넣으며 한 편의 드라마를 해피앤딩으로 완성 시켰다.
한국은 19년 동안 사우디와 만나면 힘을 못썼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예전의 무기력함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골키퍼 이운재의 무득점 선방을 시작으로 공격수 이근호와 박주영의 골에 이르기까지 11명의 선수가 서로 힘을 합쳐 사우디를 이기기 위해 온몸을 날렸고 이들에게 승리욕을 불어 넣으며 사우디 대첩을 일군 허정무 감독의 지도력 또한 빛났다. 대표팀 전력 향상에 온 힘을 기울였던 성과가 사우디전 승리로 빛을 발했던 것.
한국 축구는 월드컵 본선 진출의 중요한 고비였던 사우디 원정 승리로 다시 도약할 수 있는 '터닝 포인트'를 잡는데 성공했다. 이 같은 기세라면 내년 2월 이란 원정을 비롯 앞으로 남은 최종예선 경기에 대한 걱정을 덜게 할 수 있어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