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전, 허정무 감독 능력 검증할 좋은 기회'
허정무 감독이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맡은지 1년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대표팀의 연이은 졸전으로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아 마음고생이 심했겠지만 분명 그는 지난해 12월 7일 대표팀 감독 선임 기자회견에서 "누군가는 (대표팀 감독을) 해야 할 일이며 승부사로서의 숙명"이라며 ´독이 든 성배´였던 대표팀 감독직을 맡는 ´용단´을 내린 지도자였다.
사실 허정무 감독하면 긍정보다 부정적인 이미지를 쉽게 떠올리기 마련이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부진 이후 10년 동안 축구팬들의 ´끈질긴´ 비판과 ´허접무´라는 인신비방성 비난에 시달렸던 지도자였기 때문. 지난해에는 전남이 성적 부진에 시달리자 위궤양과 불면증으로 고생했고 올해 대표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경기력을 거듭해 마음이 무거웠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와 현재보다 더 중요한 것은 허 감독이 선장을 맡은 대표팀의 ´미래´. 거스 히딩크 감독과 김호곤 현 대한축구협회(KFA) 전무가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이전까지 각각 ´오대영´, ´호X곤´이라는 비아냥을 받았음에도 중요한 대회에서 값진 성과를 일궜던 것 처럼 허정무 감독도 두 지도자처럼 좋은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결코 없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과거의 흔적이 아니며 명장은 타고 나는 것 또한 아니다. 지금은 K리그 최고 명장이 된 차범근 수원 감독도 불과 2년전까지 팬들의 거센 경질 압박에 시달렸던 것 처럼 허정무 감독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보장은 없다. 감독의 자질은 날이 갈 수록 업그레이드 되거나 시대적인 전술 흐름에 못이겨 퇴보될 수 있기 때문에 허 감독에 대한 이미지는 긍정으로 바뀔 여지가 분명 있다.
축구 전문가들은 감독이 팀 전력을 완성시키는데 걸리는 시간을 '평균 1년'으로 잡고 있다. 그 시간을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활용해 전력을 강화할 수 있는지는 감독의 지도력과 재량에 달린 일. 1년의 재임 기간이 가까워지거나 이미 지나가면 팬들이 '팀을 이끄는' 감독의 능력을 읽을 수 있어 이때부터 감독의 '자질'이 여론을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대표팀 사령탑 맡은지 1년이 다 된 허정무 감독에게 최대의 고비가 찾아왔다. 대표팀이 20일 오전 사우디 아리비아와 월드컵 본선 진출을 다투는 중요한 일전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 한국 축구가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루려면 '중동의 강호' 사우디를 반드시 이겨야 하고, 19년 묵은 '사우디 징크스'에서 벗어나야 하기 때문에 허정무호가 적지에서 사우디를 꺾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한 것이다.
사우디전 승리 여부는 허정무 감독 지도력에 달렸다. 그가 직접 파악한 선수들로 1년 동안 팀을 운영하여 훈련하고 여러 차례 경기를 치렀던 만큼 '다른 A매치보다 더 중요한' 이번 사우디전에서는 허정무 감독이 갖고 있는 축구 스타일의 진면목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허 감독과 선수들, 그리고 축구팬들 누구나 공통적으로 바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사우디전 승리'다.
그동안 허정무 감독은 거듭된 졸전으로 팬들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달 A매치 2경기서 7골을 터뜨리는 '골 넣는 공격축구'로 팬들을 놀라게 했던 것은 허 감독의 전술과 자질, 그리고 자신의 축구 색깔이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미드필더와 좌우 풀백의 쉴새없는 활동량을 바탕에 둔 공격 지향적 전술과 그에 따른 다양한 공격 패턴, 유연해진 4-4-2 포메이션 변신, '박지성 시프트'의 성공적인 정착 등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전임 외국인 감독들이 뚜렷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전술적 요소여서 허 감독이 자신의 지도력 발전을 위해 노력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이전까지 허 감독은 '수비 지향적인 지도자', '무승부가 많은 지도자'라는 여론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기 때문.
물론 한국과 싸웠던 우즈베키스탄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엄연히 한 수 아래 상대다. 그러나 한국 축구는 4~5년 전 베트남, 오만, 몰디브에게 쩔쩔맸던 경험이 있어 두 경기에서 나타난 긍정적 성과를 '과소평가'하기에는 대표팀에 어떠한 좋은 힘을 실어주기 어렵다.
만약 허정무 감독이 사우디전서 상대를 궤멸시키는 효과적인 전략으로 한국의 승리를 이끈다면 자신을 향한 여론의 반응을 긍정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며, 더 나아가 한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번 사우디전의 중요성이 큰 만큼 허 감독의 능력을 점검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가 왔기 때문에 그를 향하는 축구팬들의 판단은 사우디전 경기 내용 및 결과에 따라 새롭게 정립 될 공산이 크다.
허정무 감독은 지난해 취임 기자회견에서 "대표팀 감독직에 책임감과 사명감이 있다. 나의 축구 인생에 모든 것을 걸고 해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우디전을 앞둔 그가 이 같은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대표팀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허정무 감독, 사우디전에서 당신의 능력을 보여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