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최대 분수령이 될 ´사막의 왕자´ 사우디 아라비아(이하 사우디) 원정 경기를 앞두고 있다.

한국은 20일 오전 1시 35분(이하 한국시간) 사우디 리야드 킹 파드 경기장서 사우디를 상대로 2010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3차전을 치른다. 한국 축구는 1989년 10월 25일 사우디전 2-0 승리 이후 19년 동안 6경기 연속 무승(3무3패)에 빠져 상대전적 3승6무5패로 밀렸다. 더구나 사우디 원정에서는 1980년 1월 30일 3-1 승리 이후 3번의 대결에서 1무2패를 기록해 사우디에 약한 징크스를 ´지금까지´ 떨치지 못한 상황.

그러나 이번 사우디전은 한국 축구가 팬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지에 대한 ´꿈과 희망´이 공존하고 있어 이번 경기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그동안 가시밭길에서 힘겨운 걸음을 이어가던 한국으로서는 반드시 지난 6번의 사우디전 무승을 설욕하고 내년과 2010년 월드컵 본선을 향한 ´터닝 포인트´가 필요한 만큼 중요한 일전이 될 전망이다.

한국이 ´무난하게´ 남아공 본선 고지에 오르려면 반드시 사우디 원정에서 승리해야 한다. 사우디가 지난 12일 바레인과 평가전에서 무려 네 골을 몰아쳐 4-0을 거두었기 때문에, 이번 대결은 허정무호 출범 이후 가장 치열한 접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전 해법, 3년전 교훈에서 찾아라

기원전 중국 사상가로 이름을 떨친 사마천이 작성한 ´사기´에는 ´전에 일어난 일을 잊지 않는 것은 훗날에 있을 일의 스승이다´며 과거의 교훈을 통해서 미래를 준비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처럼, 한국 축구가 사우디를 넘어서려면 19년 동안 사우디 징크스에 시달렸던 원인을 교훈삼아 승리를 위한 철저한 대비가 필수.

사우디와의 결전을 앞둔 허정무호는 2005년 3월 26일 독일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사우디 원정에서 0-2 패배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당시 이 경기에서는 유럽파 4명(박지성, 이영표, 설기현, 이천수)를 선발 출장시키고도 무기력한 경기 내용 끝에 고개를 떨궜다. 전반 29분과 후반 30분 유상철과 박동혁의 실수로 사우디에 골을 내준것이 패배의 주 요인이 되었던 것. ´박동혁-유상철-박재홍´으로 짜인 한국 3백은 야세르 알 카타니의 현란한 개인기에 농락 당하는 어려움을 겪었으며, ´김남일-박지성´으로 짜인 더블 볼란치는 쉴세없이 빠른 역습 공격을 펼친 사우디 중원에 끌려 다니며 패배를 자초했다.   

´무득점에 그친´ 공격 역시 단조로웠다. 한국의 공격은 중앙 자원인 김남일과 박지성이 사우디 미드필더들에게 끌려다니자 전반적인 공격 패턴이 측면에 집중됐다. 허나, 좌우 윙 포워드를 맡던 설기현과 이천수는 이날 컨디션 저조로 상대 수비수 압박에 맥없이 무너졌고 이들의 공격 지원을 받아야 할 원톱 이동국이 전방에서 고립되는 문제점이 노출됐다. 이후 후반 23분 정경호를 시작으로 남궁도와 김두현을 공격수로 교체 투입시켜 골을 노렸지만 사우디에 밀린 경기 흐름을 뒤집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당시 한국 대표팀 사령탑이었던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경기 전까지 사우디 선수들과 전술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한국의 패배 원인은 선수들의 정신력 차이 때문이었다. 사우디가 한국보다 이기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며 사우디전서 부진한 선수들의 ´의지박약´ 때문에 경기에서 패했다고 말했다.

쉽지 않지만 해볼 만 하다

한국은 3년 전 사우디 원정에서 이기겠다는 승리욕이 부족했고 이에 따른 수비 불안과 단조로운 공격 패턴의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해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당시의 한국 축구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이란 환상을 버리지 못해 베트남, 오만, 몰디브전에서 고전하는 등 자만과 방심에 따른 후유증에 시달렸던 때였다. 그로 인한 결과가 사우디 원정 졸전으로 이어진 셈.

남아공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허정무호는 3년 전 본프레레 세대와 다르다. 허 감독이 10일 인터뷰서 "내가 현역으로 뛸 때는 사우디를 가볍게 이겼는데 상황이 바뀌어 이제는 넘어야 할 산이 됐다. 사우디전서 총력전을 펼쳐 반드시 이기겠다"고 발언한 것 처럼 사우디를 이기겠다는 목표가 명확하기 때문. 선수층이 젊은 선수 위주로 개편되었고 K리그서 검증된 옥석을 대표팀 주축 선수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스쿼드가 3년전보다 ´질적으로´ 향상된 것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분명 사우디는 ´사막의 왕자´라 불릴 만큼 유독 홈에서 강인한 면모를 발휘했던 중동의 강호이자 한국의 천적이다.

그러나 객관적인 우세가 항상 승리와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허정무호는 지난 5월 31일 홈에서 열린 요르단전서 2-0으로 앞서다 경기 막판에 나사가 풀려 걷잡을 수 없이 2골을 허용했고 ´그동안 한수 아래로 여겨지던´ 북한에게 올해 4번의 경기에서 모두 비겨 승리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 이를 역으로 활용하면, 한국이 사우디 원정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과 확신´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인도네시아서 열린 아시안컵 사우디전에서 후반 38분 알 카타니에게 페널티킥골을 내주기 전까지 1-0 리드를 통해 경기 흐름을 장악했다. 당시 오범석의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내줬지만 그때의 경험을 떠올리며 이기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면 이번 사우디 원정은 분명 승산 있다.

당시 이 경기서 최성국의 선취골을 어시스트했던 염기훈은 지난 3일 한 인터넷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중동 원정은 부담되고 고비가 된다. 지난해 사우디전에서 비겼던 만큼 이번에는 꼭 이기겠다. 내 공격포인트로 이기고 싶다"며 필승의 메시지를 던졌다. 이는 선수들이 사우디전 승리에 강한 의욕을 나타내고 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으로서 실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아시아 절대 강자 가리자

이번 경기는 아시아 '절대 강자'를 노리는 팀들끼리의 맞대결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과 사우디 모두 아시아 최강임을 자부하고 있으며 오랫동안 동아시아와 중동의 강호로 군림했다. 비록 한국은 사우디를 비롯 중동 원정 경기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월드컵 7회 연속 본선 진출과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로 아시아에서 가장 화려한 월드컵 경력을 자랑하고 있어 사우디보다 약하지 않다.

한국은 사우디전 승리로 '아시아 맹주' 이미지를 굳건히 다진다면 사우디는 홈에서 절대 봐주지 않겠다는 위치에 있다. 분명 사우디 입장에서는 '꾸준히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던 한국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 법. 양 지역간 자존심 대결로 주목받는 이번 경기는 아시아 절대 강자를 다투는 두 팀의 뜨거운 싸움이 될 것으로 보여 아시아 축구팬들의 시선을 모으는 기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 축구는 그동안의 더딘 행보를 씻고 화려한 청사진을 제시하기 위해 사우디 원정 승리를 노리고 있다. 한국 축구 그리고 허정무호의 앞날 운명이 사실상 사우디전에 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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