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찬사를 쏟아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3,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올 시즌이 순탄치 않다. 지난 6월 유로 2008 8강 독일전 발목 부상에서 회복되었지만 지난 시즌의 기량을 되찾지 못한데다 컨디션마저 정상으로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 여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22일 셀틱전서 부상으로 교체되는 쓴맛을 보았다.

이러한 호날두의 험난한 행보는 지난 시즌의 카카를 빼닮았다. 2006/07시즌 AC밀란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주인공 카카는 그해 국제축구연맹(FIFA) 선정 올해의 선수에 오르며 일약 '세계 최고의 선수'로 등극했으나 2007/08시즌 잦은 부상으로 인한 경기력 저하로 힘든 나날을 보냈다. 이 틈을 파고들은 호날두가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득점왕으로 No.1 자리에 올랐지만 유로 2008 부상 이후 여전히 제 감각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불과 지난 상반기까지 2008년 'FIFA 선정 올해의 선수'는 호날두가 유력했다. 그러나 호날두가 내림세 행보에 빠지면서 자신의 '축구 천재' 라이벌이자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의 강력한 추격을 받고 있어 눈길을 끈다. 만약 메시가 세계 정상에 오르면 지난해 시상식장에서 3위에 그쳐 실망스런 표정을 지었던 호날두의 자존심이 또 한번 무너질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그런데 호날두는 자신이 바라던 올해의 선수 등극을 위해 '펠레의 저주'라는 거대하고 악명높은 벽 앞에 직면했다.

브라질 '축구 황제' 펠레는 올해의 선수 시상식이 열렸던 지난해 12월 18일 잉글랜드 이동통신사 오렌지 홈페이지을 통해 "호날두는 프리미어리그에서 환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유로 2008에서 맹활약하면 FIFA 선정 올해의 선수상을 받을 것이다"는 예언성 발언을 했는 데 이것이 호날두의 발목을 집요하게 잡고 있다. 이미 호날두는 유로 2008 8강 독일전 부진 및 부상으로 포르투갈의 우승을 이끌지 못했다.

펠레의 저주는 그동안 월드컵을 중심으로 가장 논란의 중심에 섰던 무시무시한 '예언'. 펠레가 우승 후보로 꼽은 팀은 여지없이 중도 탈락했고 칭찬한 선수들은 부상을 당하거나 부진으로 신음했다. 펠레의 저주에 대한 소문은 인터넷 공간 이곳저곳에서 많이 떠돌았고 부정적인 시나리오로 끝을 맺는 그의 빗나간 예언들은 축구팬들에게 익히 잘 알려졌다.

이러한 펠레의 저주는 월드컵에 이어 유럽 축구까지 확대됐다. 지난해 AC밀란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예언했으나 저주에 걸리지 않더니(실제 우승했음) '엉뚱하게도' 자국 선수인 카카가 희생양이 되었기 때문. 펠레는 지난해 6월 18일 중국 소후 스포츠를 통해 "카카는 세계 최고의 선수다. 그의 뛰어난 실력은 호날두를 앞선다"고 말했으나 카카는 지난 시즌 호날두에게 세계 최고의 선수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이미 호날두는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펠레의 저주'의 희생양이 됐다. 당시 펠레는 베스트 영플레이어 후보로 호날두와 메시의 이름을 주로 언급했지만 끝내 수상자는 루카스 포돌스키(바이에른 뮌헨)로 확정됐다. 그는 지난해 12월에도 호날두를 칭찬하며 2008년 FIFA 선정 올해의 선수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는데 이번에도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특히 인물과 관련된 펠레의 칭찬은 악명높은 저주의 비극으로 이어졌다. 그는 1994년 미국 월드컵을 앞두고 콜롬비아를 우승후보로 점찍었지만 끝내 콜롬비아는 예선 탈락과 함께 자살골을 넣은 수비수가 총기 살해되는 악몽을 겪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프랑스는 지네딘 지단의 맹활약으로 우승할 것이다"고 예언했지만 지단은 개막 직전 부상으로 벤치 신세였고 프랑스는 1무2패로 예선 탈락했다.

물론 한국도 '펠레의 저주' 앞에 예외는 아니었다. 펠레는 2002년 한국-폴란드전에서 황선홍(부산 감독)이 첫 골을 넣자 한 방송국 해설을 통해 "저 선수는 몸값이 올라갈 것이다"고 발언했으나 황 선홍은 6개월 뒤 부상으로 은퇴 선언했다. 2006년에는 한 방송국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은 독일 월드컵 16강에 진출할 것이다"고 예상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어찌되었건, 호날두는 자신이 바라던 FIFA 선정 올해의 선수 수상을 위해 펠레의 저주에서 극복해야만 한다. 지난 시즌의 감각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 불가피할 수 밖에 없는 이유. 그가 특유의 매직 드리블과 불꽃 같은 골 폭죽로 그라운드를 지배하며 펠레의 저주를 깨뜨릴지 모든 맨유팬들이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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