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더블을 달성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이번 시즌 초반 성적이 좋지 않다. 개막 직후 UEFA 슈퍼컵을 포함 4경기서 1승2무1패 4득점 5실점을 기록한 것. 특히 13일 안필드서 열린 리버풀전서 1-2로 패해 7년만에 리버풀 원정에서 패했고 이 날 경기는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의 데뷔전이었음에도 전반 3분 선취골 장면을 제외하면 뚜렷한 공격 효과를 내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물론 맨유는 전형적인 ´슬로우 스타터´에 익숙하다. 프리미어리그 초대 챔피언으로 등극했던 1992/93시즌 첫 10경기서 5승3무2패를 기록했고 다음 시즌 10경기에서는 4승4무2패에 그쳤다. 트레블을 달성했던 1998/99시즌 초반 3경기서는 1승2무로 고전했고 지난 시즌 초반 3경기서는 2무1패로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특히 맨유의 이번 시즌은 1998/99시즌 초반의 수비 문제, 지난 시즌 초반의 공격력 부진과 흡사한 행보를 ´모두 섞은´ 문제점을 나타내고 있어 부진 탈출의 해답이 보이지 않고 있다.

맨유, 공수 양면에 걸친 문제점은?

지난 시즌 평균 2골씩을 기록했던 맨유는 이번 시즌 4경기 연속 1골에 그친 공격력을 일관하고 있다. 이는 지난 시즌 초반 3경기서 1골에 그쳤던 행보와 비슷하다. 공격수들이 많은 골을 넣지 못한 원인이 있었지만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 초반 경기에 활발히 출장하지 않았던 것이 결정적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지난 시즌 초반 ´박치기 사건´으로 3경기 출장 징계를 받았고 이번 시즌에는 발목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지난 시즌 초반의 맨유는 가용할 수 있는 공격수가 카를로스 테베즈 한 명 뿐이었다. 맨유는 올레 군나르 솔샤르의 은퇴와 앨런 스미스의 뉴캐슬 이적, 웨인 루니-루이 사아의 부상으로 공격수가 테베즈 밖에 남지 않았지만 당시 그는 코파 아메리카를 치르고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는 베르바토프를 비롯 루니와 테베즈, 프레이져 캠벨(토트넘 임대)이 맨유 공격수로 활약했음에도 골을 뽑은 사나이는 테베즈 뿐이었다.

특히 리버풀전에서는 맨유 공격진의 아쉬움이 묻어졌던 경기였다. 전반 3분 테베즈가 베르바토프의 절묘한 대각선 패스를 받아 선취골을 넣었지만 이후 베르바토프 중심의 공격 루트가 리버풀 수비진에 철저히 막혀 추가 득점을 올릴 수 없었다. 중앙과 왼쪽을 활발히 넘나들던 베르바토프의 적극적인 활약을 테베즈와 루니, 미드필더진이 상대팀 압박에 막혀 그를 받쳐주지 못해 유기적인 호흡을 맞추지 못했던 것.

또 하나의 문제는 수비다. 1998/99시즌 커뮤니티 실드 아스날전서 3실점 했던 수비 불안이 최근에 다시 재현된 것. 지난 시즌 최소 실점 1위(38경기 22실점)를 차지했던 맨유 포백은 제니트전을 포함한 이번 시즌 4경기서 5실점을 헌납했고 제니트전과 리버풀전서 각각 2골이나 실점했다. 두 경기서의 실점 장면 모두 수비 집중력 결여에서 나타난 장면이었고 네마냐 비디치는 리버풀전서 후반 34분과 44분에 걸쳐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해 팀을 어려움에 빠뜨리게 했다.

맨유, 4-3-3 악몽 다시 시작됐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리버풀전서 ´테베즈-베르바토프-루니´의 스리톱을 구사했다. 2000년대 중반 뤼트 판 니스텔로이의 의존도가 지나쳤다는 비판을 받은 ´킹 뤼트 시스템´의 공격 전술을 다시 구사했던 것. 당시 4-3-3은 판 니스텔로이쪽으로 공격이 집중되는 문제점을 남겼고 ´판 니스텔로이와 스타일이 비슷한 타겟맨´ 베르바토프가 공격 중심을 맡은 리버풀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공교롭게도 맨유가 4-3-3의 킹 뤼트 시스템을 쓰던 2000년대 중반에는 프리미어리그 정상에 단 한번도 오르지 못했다.

물론 맨유의 4-3-3 전환은 그리 낯설지 않다. 프리미어리그를 제패했던 2006/07시즌과 지난 시즌에도 간간히 4-3-3을 구사하여 다양한 공격 루트를 일궈냈다. 그러나 지난 두 시즌에는 4-4-2를 위주로 공격을 펼치는 경우가 많았고 호날두가 프리롤 역할을 맡아 공격에 적극 가담하면서 투톱과 스리톱의 경계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루니-테베즈-호날두-나니(박지성, 긱스)´로 짜인 무한 스위칭으로 파상적인 공격력을 자랑하며 많은 골을 일궈냈다.

퍼거슨 감독이 4-3-3에 집착하는 이유는 맨유에서 22년 장기집권하는 동안 4-3-3의 확고한 정착에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

킹 뤼트 시스템에 이어 2006/07시즌 초반에는 4-3-3을 꺼내 들었으나 루니와 호날두의 위치가 중앙에서 매번 겹친 것이 화근이 됐다. 프리롤을 맡은지 얼마 되지 않았던 호날두가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는 경우가 잦아지자 루니의 활약이 처지는 문제점이 나타난 것. 두 선수 중에 한명만이 공격력을 최대화 시키고 다른 한 명은 그 한명에 가려져야 하는 문제점은 4-3-3 정착 실패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후에는 호날두와 루니의 호흡이 척척 맞아 떨어지면서 투톱과 스리톱을 부드럽게 병행할 수 있었다.

맨유, 미드필더 싸움서 리버풀에 패했다

퍼거슨 감독이 4-3-3을 꺼내든 또 하나의 이유는 전통적인 강점으로 꼽혔던 짧은 패스의 활용도를 최대화 시키기 위해서였다. 4-3-3은 4-4-2보다 공격 자원끼리의 간격이 좁아 짧은 패스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고 미드필더진을 근간으로 다양한 공격 루트를 열어가는 효과가 있어 맨유의 공격축구를 다채롭게 할 수 있다. 그러나 4-3-3에 어울리는 미드필더진 조합을 여전히 찾지 못해 공격력을 업그레이드 시키지 못했고 이는 킹 뤼트 시스템의 실패를 초래했다.

특히 리버풀전은 미드필더 싸움에서 뚜렷히 패배했던 경기였다. ´안데르손-스콜스-캐릭´으로 짜인 미드필더진은 활동 반경이 지나치게 중앙쪽으로 쏠리는 문제점을 나타냈고 수비에 능한 ´마스체라노-알론소´ 조합이 세 명의 미드필더 공격을 손쉽게 차단하면서 맨유 스리톱이 활발한 공격 지원을 받지 못한 부정적 결과로 이어졌다. 리버풀은 중원싸움서 맨유에 승리한 여세를 몰아 후반 34분 라이언 바벨의 역전골로 승점 3점을 따낼 수 있었다.

문제는 안데르손의 활용도. ´스콜스-캐릭´ 조합은 평소 4-4-2 포메이션에서 중앙 미드필더를 형성해 척척 맞는 호흡을 과시했지만 안데르손이 캐릭과 함께 있으면 자석의 N-N극을 보는 것 처럼 패스워크와 움직임이 잘 맞지 않는 문제점을 남겼고 이는 리버풀전에서도 그대로 증명됐다.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안데르손 킬러´로 명성 떨친 마스체라노는 이 점을 간파하여 안데르손을 끈질기게 괴롭혔고 알론소가 옆쪽 공간에서 스콜스의 짧은 패스를 끊으면서 맨유 중원 공략에 성공했다.

이에 퍼거슨 감독은 교체 선수로 투입된 오언 하그리브스-루이스 나니-라이언 긱스를 나란히 미드필더진에 배치해 기존 세 명의 미드필더 모두 벤치로 불러 들였지만 승부를 뒤집는데 실패했다. 맨유의 옷에 맞지 않는 4-3-3을 쓰다 리버풀 미드필더진에 완패했음을 나타낸 대목이었다.

맨유, 믿을건 호날두 뿐?

퍼거슨 감독은 리버풀전을 앞둔 정례 기자회견에서 호날두를 안필드에 출격시킬 것이라고 예고했다. 끝내 호날두는 결장했지만 그의 존재가 맨유 전력에 상당한 비중을 나타내고 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의 컴백이 빨라지기를 퍼거슨 감독이 기다렸던 것. 당초 호날두는 10월~11월 복귀가 유력했으나 부상 회복 속도가 빨라지면서 9월 21일 첼시전 컴백을 앞두게 됐고 리버풀전 복귀 가능성까지 예고 되었다.

현 시점에서 맨유 전력을 끌어 올릴 해결사는 호날두 뿐이다. 맨유는 지난 시즌 초반 3경기 출장 징계 조치 받던 호날두의 복귀를 통해 부진에서 벗아날 수 있었고 그는 프리미어리그 31골을 비롯 UEFA 챔피언스리그 8골로 두 대회에서 득점왕에 오르며 팀의 더블 달성을 이끈 경험이 있다.

맨유 특유의 빠른 공격을 살릴 수 있는 키 플레이어 역시 호날두 밖에 없다. 빠른 발을 앞세운 저돌적인 돌파 능력으로 상대 수비진을 손쉽게 공략할 수 있어 루니와 테베즈를 집중 견제하는 상대 수비의 압박을 덜어낼 수 있다. ´득점 머신´으로 불리는 그는 무회전 프리킥을 비롯 절묘한 헤딩슛, 양발을 가리지 않는 슈팅으로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어 4경기 연속 1골에 그친 맨유 득점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첼시전 컴백을 앞둔 호날두에게도 불안 요소가 있다. 지난 6월 유로 2008 8강 독일전 부상 여파로 프리시즌과 시즌 초반을 소화하지 못했고 베르바토프가 팀에 합류하면서 프리롤 역할이 바뀔 공산이 있기 때문이다. 2005/06시즌 도중 판 니스텔로이와 주먹다짐 직전까지 가는 상황을 맞았던 호날두는 베르바토프와 동선이 겹치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어 원활한 호흡을 맞출지 여부에 맨유의 부진 탈출이 달렸다.

맨유가 시즌 초반 부진 위기를 어떠한 방식으로 극복할지 앞으로의 남은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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