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진 선수, 이대로는 안됩니다. 대표팀 경기에서 오랜만에 뛰고 있는데 이렇게 부진해서는 안됩니다"
10일 오후 9시 한국-북한의 2010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1차전 경기의 중계를 맡은 강신우 MBC 해설위원이 후반 15분에 던진 말이다. 이날 경기에서 부진한 조재진의 경기력을 보고 답답했는지 그에게 공개적인 쓴소리를 내뱉은 것이었다. 이 경기는 한국의 답답한 공격 흐름 속에 1-1 무승부 졸전으로 끝났다.
이날 경기에서 조재진의 공격은 답답했다. 북한 특유의 밀집 수비진영을 무너뜨리기 위해 원톱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으나 특유의 포스트플레이와 강인한 몸싸움을 살리지 못해 상대 수비수에 막혀 부진했다. 특히 문전에만 머물려는 움직임으로 2선과의 간격이 자주 벌어져 팀 공격이 불균형적인 모습을 보였고 ´김치우-김두현-최성국´은 조재진의 도움을 받지 못해 공격의 실마리를 어렵게 풀어갔다.
팬들은 북한전 졸전 요인 중에 하나를 ´조재진 부진´으로 지목하며 그의 경기력을 질타했다. 강신우 해설위원은 그의 북한전 부진 원인에 대해 "이날 조재진의 움직임이 좋지 않았다. 특히 공간을 만들어주는 움직임이 떨어져 동료 선수들이 공격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뼈있는 진단을 하며 그가 그라운드에서 제 몫을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조재진의 출발은 산뜻했다. 전반 3분과 5분에 걸쳐 좌우 측면에서 공을 잡아 측면 공격수에게 공을 연결하는 적극성을 발휘한 것. 13분에는 오른쪽 측면에서 북한 역습을 끊었고 얼마안가 최전방으로 빠르게 침투하여 동료 선수가 로빙패스한 공을 이어받기도 했다. 전반 초반만 하더라도 좌우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는 부지런한 움직임과 북한 수비수의 힘을 떨어뜨리는 파워풀한 몸싸움으로 이때까지 투쟁심 넘치는 경기력을 펼쳤다.
그러나 조재진은 전반 15분 부터 후반 17분 교체되기까지 문전에만 머무는 무기력한 모습을 일관했다. 동료 선수들이 자신을 향해 수없이 패스를 연결했으나 북한 수비수들에게 차단 당하거나 공을 잡더라도 상대 선수에게 빼앗기는 경우가 많았다. 자신의 장점으로 꼽혀왔던 상대 수비를 등지는 포스트 플레이와 뛰어난 위치 선정을 통한 헤딩슛 장면은 단 한차례도 속출하지 않아 오히려 북한 수비를 편하게 해줬다.
전반 25분에는 북한 문전 중앙에서 선제골을 넣을 수 있는 중요한 상황을 맞아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으나 공과 접촉하는 발등이 잘 맞지 않아 엉뚱한 방향으로 슛을 날리는 실수를 했다. 3분 뒤에는 한국 역습 과정에서 공이 손에 맞아 북한에 공격권을 허용했고 후반전에는 좀처럼 공을 잡기 힘들어하는 불안한 모습을 떨치지 못해 후반 17분 쓸쓸히 벤치로 들어갔다.
조재진은 이번 북한전을 비롯 최근 A매치 8경기서 노골에 그친것과 동시에 연이은 부진으로 자신의 명성을 대표팀서 떨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7월 5일 우즈베키스탄전서 2골 넣어 한국의 2-0 승리를 안겼으나 이후 아시안컵 6경기서 부진에 빠져 '6경기 3골'에 그친 한국 득점력 부진을 부채질했고 지난 5일 요르단전과 이번 북한전서 무기력한 경기력 끝에 골 넣는데 실패해 최전방 공격수의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조재진은 그동안 부진했던 경기력 때문에 북한전에 출전하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이날 주전으로 나설 예정이었던 신영록이 뜻하지 않은 허벅지 부상으로 결장하자 조재진이 출전 기회를 잡았던 것. 그러나 조재진은 2년 전 독일 월드컵서 프랑스 수비수를 상대로 위력적인 포스트플레이를 펼친 것을 무색케 하듯 최근 A매치 8경기서 부진에 빠져 뚜렷한 내림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현재 허정무호의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가 원톱의 활용이다. 허정무 감독은 지난 1월말 출범 이후 박주영과 고기구, 안정환을 원톱으로 실험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조재진마저 자신의 이름값을 해내지 못했다. 최근에는 대표팀 새내기 신영록과 서동현이 원톱 옵션에 분류될 정도로 한국 공격력을 진두지휘할 최전방 공격수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특히 조재진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원톱으로 눈부신 활약을 펼친 킬러였기 때문에 아쉬움이 크다. 현재 그의 부진은 아직 허정무호에서 불안정한 자신의 입지를 드러내는 증거일 수도 있다. 결국 조재진은 좀 더 확고한 입지를 쌓기 위해 대표팀이든 소속팀 전북이든 원톱으로서 더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