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울산 선수들 (C) 효리사랑]

축구는 유행에 민감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스의 유로 2004 우승, 이탈리아의 2006 독일 월드컵 우승을 계기로 파워 축구가 대세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스페인 축구의 시대 입니다. 스페인은 유로 2008 우승 및 2010 남아공 월드컵 우승, FC 바르셀로나는 2009년 6관왕 달성, 2010/11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제패를 했습니다. 그들의 패스 축구는 많은 축구팬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이 됐죠. 조광래 감독이 스페인식 축구를 추구하는 것과 같은 맥락 입니다.

K리그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전북과 울산의 공통점은 기존의 한국 축구 스타일에서 업그레이드된 경기력을 과시했습니다. 한국 축구가 강조하는 압박-파워-스피드를 고루 갖추었으며 공격 옵션들이 전체적으로 개인기-패싱력-퍼스트 터치-포지셔닝 등이 발달 됐습니다. 전체적으로 기동력이 강하면서 조직적인 움직임이 숙성되었으며 '공중볼 마스터' 효과로 짭짤한 재미를 봤습니다. 다양한 장점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팀 전력이 강해졌죠. 국가 대표팀과 상반된 경기 스타일이지만 오히려 한국 축구의 '완성형'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전북과 울산의 차이점은 '닥공(닥치고 공격)'과 '철퇴'로 요약됩니다. 전북은 공격 지향적인 경기를 펼치지만 울산은 수비 위주의 경기 흐름을 유지하면서 한번에 결정적인 공격을 감행하는 기질이 넘쳐 흐릅니다. 올해 정규리그에서는 전북의 닥공이 K리그 흥행을 주도했지만 챔피언십에서는 울산의 철퇴가 축구팬들에게 호감을 얻었습니다. 다만, 울산은 정규리그에서 기복이 심한 경기를 펼쳤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어쨌든 두 팀은 서로 다양한 장점을 지니면서 닥공과 철퇴로 구분되는 상반된 스타일을 자랑합니다. 챔피언결정전에서 챙겨봐야 할 포인트가 즐비합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전북의 우세 입니다. 챔피언십이 2008년부터 3~4일에 한 번 꼴로 경기를 치르면서 정규리그 1위 팀이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정규리그 6위 울산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은 놀라운 성과지만 체력 저하와 싸워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챔피언십 3경기 동안 주전 필드 플레이어가 바뀌지 않았던 것이 전북전에서 불리한 흐름으로 이어질지 모릅니다. 전북 에이스 이동국 부상 회복 여부가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지만, 정성훈-로브렉-김동찬 같은 백업 공격수가 풍부한 전북의 두꺼운 선수층이 약점을 채울 수 있습니다.

울산은 선수들의 흔들리지 않는 응집력을 기대해야 합니다. 모든 선수들이 똘똘 뭉친 힘으로 서울-수원-포항 원정에서 승리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수비가 강한 팀으로서 챔피언십 같은 단판 승부에 유리한 이점이 있습니다. 서울-수원-포항 선수들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상대팀의 크로스 정확도를 떨어뜨렸고 박스 쪽으로 양질의 패스가 공급되지 못하게 했습니다. 전북은 서울-수원-포항과 달리 공격 전술이 완성된 팀이지만 울산을 상대로 크로스가 통할지 미지수입니다. 울산이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뜻이죠.

K리그는 올해를 끝으로 챔피언결정전 및 6강 플레이오프를 폐지하고 2012년부터 풀리그로 운영됩니다. 승강제 변화를 놓고 봤을 때 K리그에서 챔피언결정전-플레이오프가 부활할 명분이 실리지 않습니다. 정규리그 1~2위를 달성했던 팀들의 노력이 자칫 챔피언십에서 빛 바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입니다. 전북과 울산의 대결은 적어도 몇년 동안 K리그의 마지막 챔피언결정전으로 회자 될지 모릅니다. 많은 축구팬들의 기억에 남을 명승부가 되기를 기대하는 이유입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챔피언결정전은 2008년 수원의 우승 이었습니다. 홈에서 열렸던 2차전에서 라이벌 서울을 제압할 당시에 눈발이 휘날리면서 수원팬들이 낭만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수원을 싫어하는 축구팬들은 공감하지 않을 이야깃거리죠. 2008년 이전의 챔피언결정전 우승팀, 2009년 전북, 2010년 서울의 우승 또한 뜻깊은 순간입니다.

하지만 전북과 울산의 경기는 수원의 우승보다 더 강한 포스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수많은 축구팬들에게 쉽게 잊혀지지 않을 멋진 경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챔피언결정전 일거수 일투족이 2012년 K리그 흥행이 탄력받는 계기가 될지 모릅니다. 사람들이 챔피언결정전을 바라보며 다음 시즌을 기대할 수 있으니까요. 그동안 축구에 관심 없는 분들도 챔피언결정전을 지켜보면서 K리그에 흠뻑 빠지는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공중파에서 중계되는 챔피언결정전. 최고의 명승부를 기대합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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