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동국 (C)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fifa.com)]
1년 4개월 만에 대표팀 경기에 출전했던 이동국은 폴란드전에서 부진했습니다. 지난달 27일 세레소 오사카전에서 4골을 퍼부었던, 올 시즌 K리그-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절정의 득점력과 어시스트를 과시했던 활약상이 묻어나지 못했죠. 전반전 종료 후 교체된 것은 이날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조광래 감독은 "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이동국을 위로했지만, 경기전 여론의 기대에 비하면 이동국 활약상이 아쉬웠던 것은 분명합니다. 어쩌면 이동국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국내용'이라는 비하성 단어를 운운할 적기(?)를 맞이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동국 부진은 선수 개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조광래호가 왜 이동국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을까?'라는 시선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이동국 클래스라면 대표팀 주전 공격수로 충분히 뛸 수 있습니다. 지난해 여름 조광래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시점에 "나의 축구 철학에 맞지 않다"는 말을 들었지만 결국에는 지도자가 고집을 접었습니다. 그렇다고 이동국이 항상 대표팀에서 못했던 선수는 아니었죠. A매치 85경기 출전(폴란드전 제외)은 뭐겠습니까. 축구는 팀 스포츠 입니다. 이동국 부진은 팀 전술에서 접근할 사안입니다. 일단, 조광래 감독의 첫번째 이동국 실험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이동국 부진, 조광래호는 전북과 같을 수 없다
조광래 감독은 폴란드전에서 이동국을 4-2-3-1 원톱으로 기용했습니다. 이동국과 공격진에서 호흡을 맞출 2선 미드필더는 지동원-남태희-박주영이 맡았고, 윤빛가람과 기성용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했습니다. 특히 2선 미드필더 기용은 평소와 달랐습니다. 박주영은 측면에서 활약했던 경험은 많지만 오른쪽 윙어 경험은 드뭅니다. 남태희는 발랑시엔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던 이력이 있으나 아직 대표팀 중앙에서 검증된 선수는 아니죠. 지동원은 왼쪽 윙어 병행이 가능하지만 최적의 포지션은 중앙입니다. 세 명의 미드필더가 이동국 골 역량을 도와주기에는 공격 밸런스가 흐트러질 불안 요소가 잠재됐죠.
지동원-남태희-박주영은 '이동국 소속팀' 전북의 에닝요-루이스-이승현과 다른 유형 입니다. 지동원-박주영은 에닝요-이승현처럼 전통적인 윙어가 아닙니다. 현대 축구에서는 윙어가 중앙으로 동선을 트는 전술이 유행하지만 지동원-박주영은 중앙이 더 어울립니다. 한국이 후반전에 '전북 소속' 서정진 2도움 효과로 한때 2-1 역전에 성공했던 것은 역설적으로 지동원-박주영이 측면에 적합하지 않았음을 뜻합니다. 두 선수는 위치를 수시로 교환했지만, 일반적인 윙어들처럼 상대 수비진을 파고드는 드리블 돌파를 즐기는 유형은 아닙니다. 에닝요-이승현은 윙어로서 강력한 파괴력을 발휘하며 상대 수비를 흔들었고 그 결과는 이동국 골을 늘리게 했습니다. 이동국이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에서 자유로워지는 효과로 이어졌죠.
그런데 대표팀에서는 그 작업이 안풀렸습니다. 이동국에게 볼이 잘 안왔기 때문입니다. 폴란드 수비수에게 철저히 묶였다기 보다는 애초부터 볼이 제때 공급되지 못했습니다. 이동국을 도와줘야 할 2선 미드필더들의 짜임새가 떨어졌다는 뜻입니다. 특히 남태희는 이동국과 공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죠. 폴란드 중앙 수비가 견고했던 이유도 있었지만, 플레이메이커로서 공격 운영이 발달된 선수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지금까지 대표팀에서 보여줬던 주무기는 왕성한 움직임과 저돌적인 돌파력 같은 윙어로서의 기질입니다. 전북의 루이스처럼 중앙에서 공격을 풀어주는 성격과 거리감이 있습니다. 즉, 조광래호는 전북과 같을 수 없었습니다.
[동영상=이동국이 2010년 11월 7일 수원전에서 두 골을 넣는 장면. 전북 선수들은 이동국 골을 이렇게 도와줬습니다. 당시 전북은 수원을 5-1로 제압했습니다. (C) 효리사랑 직접 촬영]
조광래호는 기본적으로 수비가 불안했습니다. 홍철-이재성으로 짜인 좌우 풀백의 수비 뒷 공간이 상대 윙어들의 공략 대상이 됐습니다. 홍철은 수비 공간 커버가 본래 미흡했었고, 이재성은 수원과 울산에서 센터백으로 뛰었던 선수였습니다.(그럼에도 조광래 감독은 폴란드전 인터뷰를 통해 이재성 활약을 만족했다고 밝혔지만) 그래서 기성용이 후방으로 내려가면서 수비 안정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지가 보였습니다. 조광래 감독이 추구하는 변형 스리백 일환입니다. 자기 역할을 잘해준 것은 분명하죠. 그러나 햄스트링 부상 여파 때문인지 몸에 순발력이 붙지 못했습니다.
어느 팀이든 수비가 약하면 공격이 힘듭니다. 수비형 미드필더들의 수비력이 요구될 수 밖에 없죠. 그래서 기성용이 밑으로 자주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기성용은 움직임에 부담을 느꼈고, 윤빛가람까지 공격에서 제 구실을 못하면서 2선 미드필더와 폭이 벌어지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조광래호는 공격 옵션끼리의 밸런스 뿐만 아니라, 수비형-공격형 미드필더 사이의 밸런스가 약했습니다. 한국이 폴란드와의 중원 싸움에서 패했던 이유입니다. 공교롭게도 윤빛가람-기성용 조합은 지난해 9월 이란전에서 상대 압박에 밀리며 동시에 공격 난조에 빠졌습니다. 그 경기에서 한국은 0-1로 패했습니다. 더블 볼란치가 못하면 2선 미드필더들은 더 힘들어집니다. 결국 이동국은 고립 됐습니다. 혼자서 원맨쇼를 펼치기에는 도저히 불가능했죠.
잠시 주제에서 벗어나면, 조광래 감독의 후반전 이용래 교체 투입은 시의 적절 했습니다. 이용래가 미드필더 공간에서 활발히 움직이면서 한국이 폴란드와의 중원 싸움에서 앞섰고, 후반전에 2골을 터뜨리는 밑바탕이 되었죠. 그동안 많은 경기에 출전하면서 체력적인 과부하에 빠졌지만 조광래호 전술에 없어선 안 될 선수임을 폴란드전에서 증명했습니다. 여기서 이용래를 언급한 것은 전북의 정훈과 똑같은 유형의 박스 투 박스 입니다. 정훈이 중원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에닝요-루이스-이승현이 탄력을 받았습니다.
다시 본론에 접어들면, 조광래 감독이 이동국 실험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때 자신이 대표팀에 중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이동국을 불러들인 것은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입니다. 지금은 이동국을 내칠 상황이 아님을 알고 있겠죠. 이동국 개인 이전에 팀이 더 아쉬운 상황이죠. 또한 이동국이 박주영-지동원보다 경쟁력이 강한 것은 소속팀에서의 일취월장한 공격력 입니다. 박주영-지동원은 지금까지 대표팀 주전으로 활약했으나 실전 감각을 무시 못하죠.. 박주영이 폴란드와의 후반전에서 2골을 터뜨렸지만 꾸준함에서는 이동국이 더 앞섰습니다.
이동국이 대표팀에 적응하려면, 동료 선수들이 이동국과 원활한 호흡을 맞추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조광래호의 '전북화'가 정답이 아닐지 모르지만, 이동국을 대표팀 공격의 구심점으로 활용하기에는 결국 실험이 불가피 합니다. 관건은 이동국과 대표팀이 상생하는 준비 기간을 얼마만큼 단축 시키느냐 입니다. 조광래 감독의 첫번째 이동국 실험은 실패로 끝났지만, 두번째부터는 밝은 가능성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미 조광래 감독은 이동국을 대표팀 경기력 회복의 '승부수'로 띄웠습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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