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컴´ 김두현(26, 웨스트 브롬위치)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적으로 적응했음을 나타낸 경기였다. 현지 중계 카메라가 웨스트 브롬위치 선수 중에서 김두현의 얼굴과 슈팅 장면을 가장 많이 잡을 정도로 그가 소속팀의 새로운 에이스로 발돋움하고 있음을 한국팬들에게 ´신선한´ 카타르 시스를 안겨줬다.
김두현의 웨스트 브롬위치는 30일 오후 11시(한국 시간) 리복 스타디움서 열린 볼튼과의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리그 2연패로 부진하던 웨스트 브롬위치는 볼튼전 무승부로 시즌 첫 승점을 얻었지만 1골도 넣지 못한 공격력에 허점을 나타냈던 경기다.
그 중심에는 김두현과 관련이 있었던 것. 김두현이 못해서가 아니라, 골 기회를 활발히 만드는 김두현의 헌신적인 활약을 동료 선수들이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역설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때 김두현은 팀 전력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
이날 풀타임을 소화한 김두현은 4-3-3 포메이션의 왼쪽 윙 포워드를 맡아 중앙과 왼쪽 측면을 오가며 순도 높은 공격 연결을 자랑했다. 넓은 시야를 이용한 정확한 패스와 크로스, 측면에서 중앙으로 향하는 턴 동작과 퍼스트 터치 등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공격력이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었다.
K리그 성남 일화 시절 ´명품 패스´로 찬사 받았던 김두현의 진가는 잉글랜드 무대에서 고스란히 이어졌다. 성남에서는 모따가 김두현의 패스를 받으며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었지만 웨스트 브롬위치에서는 모따 같은 존재가 없던 것이 아쉬움에 남았다. 제임스 모리슨과 이스마엘 밀러 같은 공격 옵션들이 그가 찔러주는 패스를 상대팀 골문에 꽂았다면 이 같은 아쉬움은 없었을 지 모른다.
김두현의 공격 본능이 폭발한 것은 전반 18분 상황이었다. 왼쪽 페널티 박스 바깥 공간에서 오른쪽에 있던 보르하 발레로에게 정확한 크로스를 연결한 이후부터 빨랫줄 같은 공격 연결이 나오기 시작한 것. 23분에는 모리슨과 2대1 패스를 연결하며 그의 슈팅 기회를 도왔고 25분과 26분에는 왼발 크로스와 왼발 로빙 패스 한 방에 상대 수비 진영이 무너지면서 정확도와 타이밍, 시야의 3박자가 고루 맞은 그의 패싱력은 점차 빛을 더해갔다.
전반 31분에는 김두현이 볼튼 진영 중앙서 모리슨에게 찔러준 전진패스가 순식간에 상대 수비진을 뚫는 역습으로 이어졌다. 6분 뒤에는 밀러에게 송곳 같은 대각선 패스로 자신을 막으려던 상대팀 수비수를 농락 시켰고 후반 6분과 23분도 이 같은 장면이 비슷하게 재연되면서 ´역시 김두현´이라는 감탄사를 내뱉기에 충분했던 활약상이 연이어 속출했다. 아쉬운 것은 팀 동료들이 그의 패스를 이어받아 골로 연결시키는데 실패한 것.
이날 김두현에게 운이 따랐다면 프리미어리그 데뷔골을 넣었을지 모른다. 후반 33분 노마크 상황에서 날린 왼발 중거리슛이 골대 윗쪽을 맞고 튕겨 나왔는데 골대 라인을 넘어간 것으로 보였으나 심판이 골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 골대 라인을 확실히 넘어갔다면 김두현이 결승골로 팀의 시즌 첫 승을 이끌었을지 모를 일이다.
그 보다 더 빛난 것은 팀 전력의 새로운 중심으로 변신중인 김두현의 팀 내 입지 강화. 서형욱 해설위원은 김두현으로부터 시작되는 공격이 많다는 신승대 캐스터의 질문에 "수비수들이 오른쪽보다 왼쪽에 있는 김두현에게 공을 많이 넘겨주고 있다. 공격수들이 김두현이 있는 쪽으로 공의 위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김두현이 공격수들에게 신뢰를 받는 것이다"고 말했을 정도.
김두현이 측면이 아닌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했더라면 공격수들이 많은 골 기회 얻는 탄력 속에 골을 넣었을지 모른다.
그 이유는 측면과 중앙 미드필더의 경기력이 서로 다르기 때문. 측면에서는 공수를 빠르게 휘젓는 움직임과 활동량이 많아 중앙에서 처럼 패스로 경기를 장악하는 경우가 좀 처럼 쉽지 않다. 왼쪽 측면에서의 ´명품 패스´가 돋보였던 김두현이 팀 공격을 아우르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았다면 이번 경기보다 더 많은 골 기회와 특유의 아기자기한 공격력이 ´발동´했을지 모른다.
물론 김두현은 왼쪽 측면에 익숙한 선수다. 2003년 김호 감독(현 대전 시티즌 감독)이 이끈 수원에서 4-3-3의 왼쪽 윙 포워드로 활약했고 2005년 차범근 감독의 수원에서 3-4-1-2의 왼쪽 윙백을 맡아 당시 주 포지션이었던 수비형 미드필더와 더불어 왼쪽 미드필더로 많은 경기에 출장했다. K리그서 왼쪽 공격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했던 것을 볼튼전에서 십분 활용하여 왼쪽 공격을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었다.
이날 경기에서 인상깊은 활약을 펼친 김두현은 사실상 ´붙박이 주전´을 굳혔으며 볼튼전을 통해 팀 전력의 중심으로 오를 발판의 기회를 마련했다. 이 같은 기세가 다음달 10일 북한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첫 경기와 13일 웨스트햄과의 리그 4라운드에서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에 벌써부터 팬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한편, 김두현은 볼튼전 맹활약으로 잉글랜드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경기 종료 후 잉글랜드 BBC가 선정한 ´최우수 선수´에 선정되었고 잉글랜드 축구 전문 방송 세탄타스포츠를 통해 왼쪽 풀백 폴 로빈슨(8.5점)에 이어 팀내 2위에 해당하는 평점 8점을 받았다. 잉글랜드 대중지 더 선은 김두현의 경기 사진을 웨스트 브롬위치-볼튼 경기 기사의 메인으로 실으며 인상적인 패싱 감각을 발휘한 그의 존재를 알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