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이후에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졌다"(허구연 MBC 해설위원)
"점수차가 많이 났을 때 확실히 끝냈어야 했다"(서용빈 LG 코치 -연수 중-)

MBC와 네이버 문자 중계를 통해 두 야구 전문가가 지적했던 것 처럼, 대만과 경기했던 한국 야구 대표팀의 이날 활약상은 경기 승패를 떠나 실망이 컸다. 2회 초까지 8-0으로 앞선 상황에서 느슨하게 경기하다 그것이 방심으로 이어지면서 동점을 허용했고 경기를 확실히 이기겠다는 선수들의 의지까지 한풀 꺾였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이 18일 낮 12시 30분(한국 시간)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열린 2008 베이징 올림픽 야구 본선 5차전 대만전에서 한때 8-8의 동점을 허용했지만 간신히 추가 득점을 얻으며 9-8의 승리를 거뒀다.

야구 대표팀은 1회 초 고영민의 3점 홈런을 포함 대거 점을 뽑은 뒤 2회 초 1점을 추가하며 8-0으로 산뜻하게 출발 했다. 그러나 추가 득점 실패와 마운드 난조로 대만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지 못하고 6회말에 8-8 동점을 허용하며 초반 기세를 지키는데 실패했다. 한국은 7회초에 1점을 추가했지만 1점 차이의 점수를 유지하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다행히 대만이 득점을 내지 못하면서 9-8 승리를 확정 지었다.

한국은 점수상 9-8로 이겼지만 반드시 경기를 이기겠다는 선수들의 의지와 그 경기 내용에 있어 대만을 완전히 제압한 것은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대만을 꺾었지만 승리의 축배 속에 술이 없는 것 처럼 개운치 않은 승리를 했던 것.

물론 한국과 대만은 국제 대회에서 만나기만 하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승부를 펼쳤다. 어떤 경기는 한국이 이기고 그 다음 경기는 대만이 이기는 경우가 오늘날까지 이어질 정도.

그러나 이번 올림픽 본선 4차전까지 한국은 4전 4승으로 쿠바와 함께 공동 1위를 기록했고 1승3패의 대만은 본선 탈락 위기를 맞았다는 점에서 전력상 한국의 우세는 당연했다. 그 전력으로 대만을 ´겨우´ 이겼지만 그보다 많은 야구팬들에게 실망을 샀던 것은 한국이 올림픽 본선 1위 답게 경기를 펼치지 않았던 현실이다.

특히 한국 타선은 여러번에 걸쳐 마치 경기를 끝낸 것 처럼 착각하는 듯한 아쉬움을 샀다. 3회부터 6회까지 점수를 뽑지 못했지만 매 회마다 안타 1개씩을 뽑으며(5회초 2루타 1개 포함) 추가 점수를 낼 기회를 맞았다. 이미 8실점한 상대 마운드가 번번이 안타를 허용하는 불안한 면모를 보였지만 후속 타자들은 더 이상 점수를 뽑겠다는 의지 없이 ´허무하게´ 아웃되고 말았다. 나쁜 볼에 배트를 날리고 변화구에 말리는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7회초와 8회초에서도 추가 점수를 뽑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 먼저 7회초에는 무사 상황에서 1점을 얻었지만 이후 김민재 삼진 아웃-고영민 포수 플라이 아웃-이종욱 중견수 플라이 아웃으로 세 번 연속 추가 득점 기회를 날렸다. 8회초에는 2사 주자 만루 상황에서 강민호가 삼진 아웃으로 물러나 점수를 뽑지 못했다. 7회말과 8회말 실점 위기 상황서 등판한 권혁과 윤석민의 호투가 없었다면 어쩌면 이 고비를 못넘기고 역전 당할지 모를 일이었다.

이 상황을 지켜 본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7회초가 끝나자 "한국이 그 상황에서 점수를 더 냈더라면 경기를 편안하게 운영할 수 있었다"며 더 이상의 추가 점수를 뽑지 못한 타선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서용빈 LG 코치(연수 중)도 9회초 시작 즈음 네이버 문자중계를 통해 "1점만 더 뽑으면 9회는 좀 더 편안하고 쉽게 경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한국은 9회 1사 상황에서 병살타로 모든 공격이 끝나고 말았다.

대만 타선의 추격을 허용한 마운드도 화살을 피해 갈 수 없다. 이날 선발로 나선 봉중근은 4.1이닝 동안 안타 9개를 맞고 6실점한 후 물러났다. 대표팀의 타선이 초반부터 폭발하면서 1회초 7점, 2회초 1점 등 8점을 얻어 콜드게임 가능성이 예상됐지만 봉중근의 불안한 피칭 때문에 경기가 불안하게 전개됐다.

봉중근은 2회말 선두타자 펑정민에게 기습번트를 허용한 뒤 내리 3안타를 두들겨 맞으며 2점을 내주고 말았다. 초반 실점에 흔들린 봉중근은 5회말 1사 만루에서 쟝즈시엔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는 등 4실점을 허용하고 강판됐다. 8-0의 여유있는 리드 때문에 힘껏 역투하지 않은 결과가 8-6의 위기 상황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봉중근에 이어 구원등판했던 한기주도 불안한 피칭을 했다. 6회말 볼넷 두 개를 내준 뒤 펑정민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아 8-8 동점을 허용했던 것. 이번 대회에서 유독 불안한 투구 운영으로 많은 야구팬들의 비난을 받는 그의 부진이 대만전에서도 그대로 이어진 것이었다. 다행히 권혁과 윤석민이 한국의 9-8 리드를 끝까지 지켰지만 마운드의 불안함이 경기 끝까지 이어졌다면 이날 한국의 승리는 없었을지 모를 일이었다.

8-0에서 9-8로 경기를 마친 한국은 올림픽 본선 5연승 행진을 이어갔지만 국제 무대에서의 방심은 큰 화를 입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앞으로 중요한 경기와 넘어야 할 산이 더 남아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는 경기를 해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대만을 꺾었지만 아직 한국의 전력은 불안하며 문제점도 여럿 있다. 그런 상황에서 승리하겠다는 의지가 풀어지면 대만전의 경기 내용 처럼 팬들의 실망감을 살 수 밖에 없고 자칫 패배의 화를 입을 수도 있다. 특히 준결승 이후에는 그 누구도 손쉬운 상대를 만날 수 없어 승리를 위해 눈을 바짝뜨고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 한국 선수들 스스로가 원하는 금메달을 따려면 본선 1위 팀 답게 경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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