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있어 ´마린 보이´ 박태환(19, 단국대)은 단순한 수영 선수가 아니었다. 한국 수영의 기대주인 박태환의 ´금빛´ 역영을 보고자 많은 사람들이 TV 또는 인터넷 생중계방으로 몰려 들었고 그의 경기 소식이라면 다른 어떤 소식보다 주의를 기울이며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알고 싶었다. 그런 박태환이 국민의 성원속에 올림픽에서 자신의 신드롬을 일으킨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박태환은 2008 베이징 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그랜트 해킷을 제치고 금메달을 따낸 뒤 자유형 200m에서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와 대등한 경기력을 펼친 끝에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비록 자유형 1500m 결선 진출에 실패했지만 메달 도전보다는 경험을 쌓기 위해 출전한 것이어서 다음 세계 선수권과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의 좋은 성적을 기대케 했다.

대한민국을 사로잡은 '박태환 신드롬'의 정점은 자유형 400m 경기였다. 올림픽 금메달 입상을 위해 지난 2월부터 맹훈련에 돌입했던 박태환은 무명시절 주 종목이었던 1500m보다 400m에 무게를 두고 모든 훈련의 초점을 여기에 맞춘 것.

하루 18km를 헤엄치며 고된 훈련을 거듭했던 박태환의 노력은 올림픽에서의 값진 성과로 이어졌다. 베이징 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를 제패해 동양 남자 선수로는 72년 만에 자유형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하며 한국과 아시아의 위상을 세계 수영계에 떨쳤다. 동양 선수가 올림픽 기초 종목인 수영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알린 순간이었다.

자유형은 수영의 4대 영법 중에서 가장 빠르게 헤엄치는 종목이자 '수영의 꽃'이다. 동양 선수보다는 체격과 파워가 좋은 서양 선수가 유리할 수 밖에 없는 종목으로서 이들은 올림픽 무대에서 72년 동안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다른 서양 선수들보다 체격이 평범한(신장 181cm, 체중 69kg, 발 사이즈 270mm) 박태환의 금메달 가치가 크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이유.

은메달을 획득했던 자유형 200m에서는 앞으로의 '밝은 미래'를 기대케 했다. 예선과 결승전에 이르기까지 펠프스를 상대하며 엎치락 뒤치락 접전을 벌일 정도로 거침없이 역영했다. 베이징 올림픽 8관왕을 노리는 펠프스가 현재까지 7개의 금메달을 거머쥐었기 때문에 박태환의 선전은 더욱 놀랍고 값진 일이다. 또한 이 경기를 통해 펠프스보다 4년 젊은 그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박태환이 ´세계 제패´를 하리라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15세였던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부정 출발로 실격했을 당시 철저한 무명에 불과한데다 세계 수영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떨친 선수가 없어 그를 향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멀리 있었다. ´아시안게임 3관왕´의 주인공 조오련과 최윤희도 세계 대회에서는 이렇다할 실적을 내지 못해 한국에서는 수영이 철저한 ´비인기 종목´으로 꼽혔던 것.

그러나 박태환은 4년 뒤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과 은메달 1개씩을 따내며 한국 스포츠에 새로운 전환점을 세웠다. '수영은 세계 무대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편견을 박태환이 당당히 실력으로 무너뜨려 세계를 제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한국 스포츠계와 국민들에게 심어줬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민적인 관심에 15일 자유형 1500m 경기를 마친 박태환은 감명을 받은 듯 "저를 응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 덕분에 좋은 성적이 나왔다"며 자신을 아낌없이 성원한 대한민국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박태환 신드롬'의 효과는 실로 대단했다. 박태환이 예선에서 탈락했던 자유형 1500m 경기에서 TV 시청률이 방송 2사를 합쳐 41.4%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KBS2가 24.7%로 15일 경기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MBC가 16.7%로 그 뒤를 이었다. TV에서는 박태환의 CF가 끊이지 않게 방영되고 있으며 그를 후원하는 모 이동통신사는 '생각대로 하면 되고'라는 모토를 앞세워 브랜드 이미지를 높였다. 그의 미니홈피에는 많은 네티즌들이 찾아 격려 메세지가 쏟아질 정도.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종합 4위를 달리는 한국 선수들의 선전 속에서 박태환의 가치가 더욱 빛났다. 이번 올림픽 신드롬으로 한국 수영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을 일으킨 것과 동시에 자신의 이미지를 '대한민국 최고'로 끌어 올렸기 때문이다. 4년 뒤 런던 올림픽에서 엄청난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되는 박태환은 대한민국의 성원에 힘을 얻으며 '세계 최고'를 목표로 힘차게 역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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