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승렬 (C) 효리사랑]

FC서울의 포스코컵 우승이 값진 이유는 지난해까지 간판 선수로 뛰었던 '쌍용' 이청용(볼턴) 기성용(셀틱) 공백 속에서 일궈낸 성과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쌍용의 공격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두드러졌기 때문에 올 시즌 두 선수의 공백이 클 것으로 전망되었으나, 하대성-제파로프-현영민-최효진-김용대 같은 이적생들의 맹활약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전력이 더 강해졌고 2006년 하우젠컵 이후 4년 만에 우승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서울은 쌍용 이적 이후 아직까지 해결짓지 못한 과제가 하나 남아있습니다. 서울의 성적을 결정지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프랜차이즈 스타 발굴이 바로 그것입니다. 박주영-이청용-기성용 같은 젊은 스타들이 서울의 에이스로 활약했지만 현재 그들은 유럽에서 뛰고 있습니다. 올해는 빙가다 감독 영입을 통한 조직력 향상 및 이적생 효과에 힘입어 포스코컵 우승의 결실을 거두었지만, 올 시즌 K리그 우승을 결정지을 수 있는 새로운 프랜차이즈 스타의 등장이 절실합니다. 그래야 서울이 K리그의 인기 구단으로서 탄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유력한 선수는 '피터팬' 이승렬(21) 입니다. 이승렬은 2년 전 K리그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지난해 U-20 월드컵 8강 진출 멤버로 활약했고, 올해 6월에는 남아공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인에 발탁되면서 한국 축구를 빛낼 될성부른 떡잎으로 주목을 끌었습니다. 아직 서울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잡지 못했기 때문에 과소평가 된 경향이 없지 않지만, 잠재적인 능력을 놓고 보면 박주영-이청용-기성용처럼 서울의 에이스로 활약할 수 있고, 자신이 닮고 싶어하는 박주영처럼 K리그의 '사기유닛'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있음에 틀림 없습니다.

사실, 이승렬에게 남아공 월드컵은 선진 축구를 직접 경험했던 긍정적 계기가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에 남았던 대회입니다. 이승렬은 지난 5월 16일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에서 후반 28분 염기훈의 백헤딩 패스를 받아 상대 수비수를 제끼고 왼발로 침착하게 결승골을 넣으며 한국의 2-0 완승을 이끌었습니다. 허정무호의 새로운 슈퍼 조커 혹은 비밀 병기로 주목을 받으며 남아공 월드컵 맹활약을 자신했지만 끝내 그리스전 3분 출전에 그쳤습니다. 다른 월드컵 스타들 처럼 국민적인 시선을 받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승렬은 큰 경기에 강한 이미지가 있습니다. 2008년 7월 2일 라이벌 수원전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자신의 신인왕 등극 가능성을 알렸고 그 경기를 계기로 서울에서의 입지가 튼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월 14일 A매치 일본전에서는 왼발 중거리슛으로 역전골을 성공시키며 중국전 0-3 완패로 침체에 빠져있던 한국의 3-1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일본을 상대로 주늑들지 않고 결정적 찬스를 노리며 골을 성공시킨 재치가 단연 빛났습니다. 그리고 에콰도르전 골은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 나서는 한국의 출정식이자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인을 가리는 경기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28일 포스코컵 4강 수원전, 지난 25일 포스코컵 결승 전북전에서는 두 경기 모두 슈퍼 조커로 출전하여 골을 넣으며 서울 우승의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수원전에서는  연장전을 포함해 2골을 밀어 넣으며 서울의 4-2 대승을 공헌했고 서울팬들이 뽑은 경기 MVP에 선정 됐습니다. 후반 37분 아크 왼쪽에서 강민수-조원희를 개인기로 농락하는 완벽한 피니시로 이운재가 지켰던 수원의 골망을 흔드는 동점골을 꽂으며 1-2 패배 위기에 놓였던 서울을 구했죠. 강민수-조원희-이운재 같은 화려한 네임벨류를 자랑하는 선수들을 제물로 과감한 슈팅을 날렸던 이승렬의 축구 본능이 번뜩이는 순간 이었습니다.

이승렬은 화려한 공격 재능을 발휘하는 선수입니다. 투톱 공격수 또는 왼쪽 윙어를 도맡으며 과감한 돌파에 의한 감각적인 개인기를 앞세워 상대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들며 팀 공격의 물꼬를 틉니다. 돌파시의 순간 스피드가 빠른데다, 상대 수비에 밀려 넘어지지 않는 대담함이 내면에 충만되어 있으며, 일정한 리듬을 타고 최전방과 측면을 파고들며 쉼 없이 뜁니다. 에콰도르-수원-전북전 골 장면에서 볼 수 있는 것 처럼, 슈팅해야 할 타이밍을 재빨리 판단하며 경기 상황에 따라 직접 골을 해결짓거나 상대 골망을 흔들 수 있는 적절한 위치를 찾아다닙니다.

물론 이승렬은 지구력과 체력이 완성되지 못해 선발보다는 슈퍼 조커로서 매리트가 넘칩니다. 지난 21일 강원전에서 왼쪽 윙어로 선발 출전했으나 인상깊은 활약을 펼치지 못했고, 4일 뒤 전북과의 포스코컵 결승전에서 김치우에게 주전을 내줬던 배경도 이 때문이죠. 하지만 2003년과 2005년에 K리그 사기유닛으로 군림했던 이천수는 2002년 한일 월드컵까지 히딩크호의 슈퍼 조커로서 경기 내내 일취월장의 실력을 뽐냈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천수의 사례를 놓고 보면 서울과 대표팀에서 축적된 자신감이 머지않아 '포텐 폭발'로 이어져 K리그를 평정할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또한 K리그는 사기유닛의 등장을 필요로 합니다. K리그를 통해 배출된 스타들의 해외 진출이 잦아지면서 새로운 스타를 키워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부족함이 있습니다. 이천수와 박주영처럼 전국구 스타플레이어로 거듭날 수 있는 무게감을 지닌 사기유닛이 K리그에 필요합니다. K리그 인기구단 서울의 미래를 빛낼 주역으로 관심받는 이승렬을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최근 이승렬은 서울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이승렬을 마킹한 유니폼을 입은 서울팬, 이승렬 관련 플랜카드를 쉽게 볼 수 있죠. 경기 전 선수 소개때는 전북에서 이적한 최태욱, 몬테네그로 특급 데얀과 더불어 서울팬들의 많은 환호를 자아냈습니다. 서울에 충성심이 강한 이승렬 입장에서는 자신을 성원하는 팬들을 보답하기 위해 서울의 K리그 우승을 이끌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임이 틀림 없습니다. 서울의 프랜차이즈로 성장중인 이승렬의 고공비행이 K리그를 지배하는 사기유닛 탄생으로 귀결될지 주목됩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p.s 1 : 지난 26일 저녁에 이승렬이 독일 분데스리가 카이저 슬라우테른의 러브콜을 받았다는 기사가 나왔지만, 아직 FC서울측의 공식 반응이 없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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