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T ELIZABETH, June 12, 2010 Park Ji-Sung of South Korea runs with a ball during a group B first round match against Greece at the 2010 FIFA World Cup at Nelson Mandela Bay stadium in Port Elizabeth, South Africa, on June 12, 2010.

[사진=박지성 (C) 티스토리 PicApp]

아시안컵을 대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아시안컵에서 이란과 최근 4번 연속 8강에서 맞붙었고, 한국이 4번의 경기에서 1승1무2패로 열세를 나타낸데다 1996년 2-6 참패의 악몽이 잊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단순 이상의 평가전'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광래 감독은 이란전을 위해 14명의 해외파 선수들의 소속팀에 협조 공문을 요청했습니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 박주영(AS 모나코) 이청용(볼턴) 차두리, 기성용(이상 셀틱) 석현준(아약스)를 비롯한 유럽파 6명, 이영표(알 힐랄) 조용형(알라얀) 이정수(알사드)가 포함된 중동파 3명, 곽태휘(교토) 김보경(오이타) 박주호(이와타) 김영권(FC 도쿄) 조영철(니가타) 등 5명의 일본파까지 총 14명을 결정했습니다. 해외파들은 소속팀이 대표팀 소집에 동의하면 국내에 귀국하여 이란전을 치러야 합니다.

우선, 일본파들은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국내파들 처럼 차출이 가능합니다. 중동파들은 한국의 상대팀이 이란이기 때문에 대표팀 차출이 필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이정수-조용형은 중동에 진출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유럽파들 중에서 이청용-차두리는 지난 11일 나이지리아전에 소집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란전에 차출되는 것은 당연한 절차 입니다. 석현준은 조광래 감독이 직접 테스트하겠다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대표팀에서 검증 될 필요가 있습니다.(또 다른 시각에서는, 오는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위한 경험 습득에 도움 될 것입니다.)

그런데 나이지리아전에 뛰었던 박지성-박주영-기성용의 대표팀 소집은 무리함이 없지 않습니다. 나이지리아전에 출전한지 27일 만에 이란전에 임해야 하고, 그 사이에 두 번씩이나 8시간의 시차를 넘나들어 비행기로 한국과 유럽을 오가면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비행기에 최소 12시간 이상 탑승해야 하기 때문에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더욱 부담스러운 것은, 이란전이 끝나는 한달 뒤에(10월) 일본과 한일 정기전을 치릅니다. 8~10월에 한 경기씩 A매치 출전을 위해 3개월 연속 국내에 귀국해야 하는 현실이죠. 일본전은 라이벌의 자존심이 걸린 대결이기 때문에 최정예 자원끼리 격돌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이란전은 몇몇 유럽파들이 소속팀에 전념하기 위한 차원에서 빠질 것으로 보였지만 실상은 아니었습니다. 박지성-박주영-기성용이 나이지리아전에 이어 어김없이 이란전에 출전할 가능성이 커졌죠. 물론 박지성-박주영-기성용의 대표팀 합류는 소속팀 동의 절차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란전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정한 A매치 데이로 규정되었기 때문에 소속팀은 대표팀의 차출 요구에 부응해야 합니다. 세 명의 선수가 특별히 부상에 시달리고 있지 않는 만큼, 우리는 이란전에서 그들의 활약상을 보게 될 것입니다.

문제는 박지성-박주영-기성용의 이란전 차출이 소속팀에서의 행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박지성에 대해서는 두말 할 필요 없습니다. 그동안 대표팀에 차출되면 컨디션 저하 또는 부상으로 신음하며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했고, 지난 23일 풀럼 원정에서도 나이지리아전 차출 여파 때문에 경기를 거듭할 수록 페이스가 점점 떨어졌습니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을 안고 있기 때문에 다른 누구보다 이란전 차출이 염려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나니-발렌시아 같은 쟁쟁한 윙어들과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소속팀에서의 입지 문제까지 신경써야 합니다.

박지성 뿐만 아니라 박주영-기성용도 거의 비슷한 입장입니다. 박주영은 이란전을 마친 뒤 다음달 12일 오전 2시 마르세유 원정을 치릅니다. 수많은 서포터들이 마르세유를 위해 열띤 응원을 펼치지만 원정팀 입장에서 악명 높은 곳이기 때문에, '이란전을 치르고 돌아오는' 박주영이 평소보다 많은 부담감을 안고 경기에 임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기성용은 셀틱의 주전 선수는 아니지만 닐 레넌 감독에게 신뢰를 얻으려면 짧은 교체 시간 안에 인상깊은 플레이를 펼쳐야 하는 여유롭지 못한 현실에 있습니다. 만약 이란전 차출 여파로 무거운 몸 상태를 일관하면 그 이후의 팀 내 입지는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하지만 대표팀 입장에서는 세 선수가 필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평가전 한 경기에 집착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는 근시안적인 선수 관리가 아닌, 이제 아시안컵이 얼마 안남았습니다. 아시안컵에 대비할 수 있는 기회가 두 번의 평가전(이란전, 일본전) 및 대회 직전의 열흘 안팎 소집기간에 불과합니다. 조광래호가 출범하면서 4-4-2에서 3-4-2-1로 포메이션이 변경 된 것을 비롯 기존의 허정무호와 전술이 바뀌었기 때문에 스쿼드의 새판짜기가 불가피합니다. 그래서 박지성-박주영-기성용 같은 유럽파들의 존재감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물론 이란전이 그저 일회성 평가전으로 여겨졌다면 박지성-박주영-기성용을 비롯한 유럽파 및 중동파는 국내에 귀국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시안컵 이후의 대표팀 경기력 증진을 위한 목적이 있다면 젊은 국내파 및 일본파 위주로 스쿼드를 편성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란전은 아시안컵을 대비하기 위한 차원입니다. 한국은 1960년 이후 반 세기 동안 아시안컵 우승에 실패했기 때문에 '진정한 아시아 No.1'임을 입증하려면 아시아를 제패해야 하는 상황이며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합니다. 단지 유럽에서 뛴다고 해서 그것이 대표팀 차출의 변명거리가 되기에는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에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조광래 감독이 나이지리아전에 이어 이란전에서도 유럽파들을 차출하는 것에 대해서 '성적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광래 감독에게 힘을 실어줘야 할 시점입니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팀이 새롭게 변화해야 하고, 아시안컵 우승을 향해 만발의 준비를 다해야 하기 때문에 젊은 선수 위주 보다는 최정예 전력으로 이란전에 대비해야 합니다. 물론 조광래 감독은 이란전 선전 및 자신의 뚜렷한 축구 철학을 대표팀에 심어주는 것으로 보답해야 겠죠.

또한 대표팀의 세대교체 차원에서도 박지성 같은 대표팀의 중심 선수들이 필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후배 선수들이 박지성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기량을 성장시키고 값진 경험을 습득하는 좋은 기회를 맞이하기 때문입니다. 대표팀 입장에서는 경험과 패기가 서로 어우러지는 뚜렷한 신구조화를 통해 팀의 내부 결속이 강해지는 계기를 맞이합니다. 단순히 젊은 선수들이 많다고 해서 세대교체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시안컵은 단기 토너먼트로써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란전을 젊은 선수 위주로 꾸리기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물론 박지성-박주영-기성용이 이란전을 위해 27일 만에 국내에서 경기를 치르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부상 위험성을 비롯 소속팀에서의 입지가 신경쓰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표팀이 아시안컵을 앞두고 전력을 강화할 기회가 적은 현실속에서는 차출에 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선수 본인을 비롯 소속팀과 대표팀이 몸 상태를 철저히 관리하여 부상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 부터 중요합니다. 또한, 세 선수가 대표팀 차출 여파로 부진하거나 경기에 못나오더라도 '위기론'을 제기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세 선수 뿐만 아니라 이란전을 위해 국내에 귀국할 14명의 해외파들에게 힘을 내라는 뜻의 박수를 보내야 하는 이유입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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