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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맨시티전에서 0-3으로 패한 리버풀 (C) 티스토리 PicApp]
로이 호지슨 감독이 이끄는 리버풀이 아스날전에 이어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전에서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두 경기는 빅6 범주 안에 포함되는 팀들이기 때문에 리버풀의 올 시즌 행보를 가늠하는 중요한 일전 이었습니다. 하지만 두 경기에서 승점 3점을 따내지 못하면서 불안한 스타트를 끊었고,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명문 클럽의 이름값을 다하지 못할 가능성이 점점 짙어졌습니다.
리버풀은 24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 맨시티전에서 0-3으로 완패했습니다. 전반 13분 가레스 배리에게 결승골, 후반 7분에는 카를로스 테베스에게 추가골을 허용했습니다. 후반 22분에는 테베스에게 페널티킥 골을 내주면서 사실상 패배가 확정됐습니다. 이로써, 리버풀은 아스날전 1-1 무승부에 이어 맨시티전 0-3 패배로 시즌 초반 2경기에서 1승을 거두지 못하는 불운을 맞이했습니다.
맨시티전에서 4-4-2를 가동할 필요가 있었을까?
리버풀은 맨시티전에서 4-4-2를 구사했습니다. 레이나를 골키퍼, 아게르-스크르텔-캐러거-존슨을 수비수, 요바노비치-루카스-제라드-카위트를 미드필더, 토레스-은고그를 공격수로 기용했습니다. 아스날과의 시즌 개막전에서는 기존의 리버풀 포메이션이었던 4-2-3-1을 구사했지만 호지슨 감독은 4-4-2를 선호하는 지도자입니다. 자신의 전술 색깔이 최대화 될 수 있도록 맨시티전에서 포메이션을 바꿨죠. 은고그가 아스날전에서 골을 넣었고 토레스가 정상적인 컨디션을 되찾았기 때문에 투톱 배치에 대한 필요성을 호지슨 감독이 느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호지슨 감독이 맨시티를 상대로 4-4-2로 전환한 것은 '위험한 선택' 이었습니다. 리버풀은 전임 감독인 베니테즈 체제에서 4-2-3-1에 익숙했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플랜B로서 4-4-2를 구사했지만, 호지슨 감독의 4-4-2와는 다르게 전술적인 유기성이 강했고 약팀을 상대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맨시티는 지난 시즌 리그 7위에 그친 리버풀보다 두 계단 더 높은 순위를 기록했던 팀이자 선수 개인의 퀄리티가 맨유-첼시와 견줄만한 수준입니다. 또한 맨시티는 올 시즌 4-2-3-1로 전환했고 공격적인 팀 컬러를 자랑하기 때문에, 리버풀이 4-4-2로 대응하기에는 컨셉부터 실패작 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4-4-2가 미드필더 중앙에서 4-2-3-1에 의해 2:3의 수적 열세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토레스-은고그가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기에는 활동 폭이 커지고, 특히 토레스 같은 경우에는 부상에서 회복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미드필더들의 활동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루카스-제라드로 짜인 중앙 미드필더들이 배리-야야 투레-데 용이 삼각 편대를 형성했던 맨시티와 힘겨운 허리 싸움을 펼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데 용은 지난 시즌 리버풀전에서 제라드를 꽁꽁 묶어놓는 홀딩 실력을 뽐냈던 선수인데, 이번 경기에서는 지난 시즌의 자신감에 힘입어 루카스-제라드를 몰아 붙이는 끈질긴 견제 및 빠른 볼 배급으로 리버풀 중원을 위협했습니다.
여기에 마스체라노의 출전 거부는 리버풀의 또 다른 패배 원인이자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촉매제가 되고 말았습니다. 마스체라노는 리버풀을 떠나기를 희망했지만 구단에게 거절당하면서 결국 맨시티전 출전을 포기했습니다. 아스날전에서 제라드-마스체라노 조합이 상대팀의 공격형 미드필더였던 윌셔를 꽁꽁 묶으며 허리 싸움에서 우세를 점했음을 상기하면, 마스체라노 공백 여파가 컸습니다. 그런데 마스체라노의 대체 자원이었던 루카스는 위치선정-볼 배급-수비력-경기 운영에서 모두 낙제점 이었습니다. 횡패스에 의존하는 경기를 펼쳤지만 공격진에 킬패스를 찔러주려는 의지가 과감하지 못했고, 볼 키핑력 불안까지 드러내면서 상대팀에게 역습을 허용당하고 말았습니다.
왼쪽 윙어로 출전했던 요바노비치의 부진은 리버풀의 공격 전개가 힘겨워지는 원인이 됐습니다. 중앙에서 상대팀에게 밀리면 측면에 승부수를 띄울 수 밖에 없는데, 요바노비치는 공을 받으려는 움직임이 능동적이지 못하다보니 볼 터치가 부족했습니다. 리버풀 미드필더 중에서 가장 패스가 적었던 선수 또한 요바노비치(25개, 제라드 63개-루카스 52개-카위트 34개) 였습니다. 그래서 왼쪽 측면에서 종종 고립되면서 팀 공격에 활기를 띄우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리버풀 허리의 희망이었던 카위트는 '왼쪽 풀백으로 전환한' 레스콧에게 봉쇄당한데다 피지컬 열세에 따른 부담을 받으면서 힘겹게 경기를 풀어갔습니다.
그래서 리버풀의 공격은 중앙-측면 모두가 불안 요소를 안고 경기에 임하면서 서로 따로 노는 양상을 거듭했습니다. 4-4-2는 미드필더들이 서로 패스를 주고받으며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골 기회를 늘리는 것이 관건이지만, 리버풀은 선수들의 호흡부터 맞지 못했기 때문에 중원에서 패스가 거듭 끊어지는 불안함이 있었습니다. 강한 허리를 구성했던 맨시티의 압박에 고전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죠. 마스체라노의 출전 거부를 비롯해서 조 콜의 아스날전 퇴장, 아퀼라니의 유벤투스 임대를 통한 공격형 미드필더를 가동하기 힘든 어려움이 있었지만 대체자원을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했던 것이 리버풀에게 아쉬웠습니다.
문제는 떠난 선수 공백을 걱정해야 할 처지입니다. 베나윤을 첼시로 보내면서 저돌성과 테크닉을 골고루 겸비한 윙어 및 공격형 미드필더 자원을 잃었고, 아퀼라니를 유벤투스에 임대보내면서 창의적인 색깔을 키워주는 중앙 옵션을 스스로 포기했습니다. 요바노비치-조 콜을 이적료 없이 영입했기 때문에 두 선수의 공백을 쉽게 메울 것 처럼 보이지만 두 선수가 리버풀 전력에 충분히 녹아들지는 의문입니다. 베나윤과 아퀼라니는 베니테즈 체제에서 붙박이 주전 확보에 실패했지만 리버풀 공격에 한 획을 그었던 선수들이기 때문에, 두 선수의 공백을 이겨낼지 의문입니다. 여기에 마스체라노 문제까지 겹치면서 미드필더 운영이 갈팡질팡 위기에 놓였습니다.
또한 왼쪽 풀백 아게르의 수비력이 불안했습니다. 지난 아스날전에서 뇌진탕을 당하는 부상을 무릅쓰고 맨시티전에 출전했지만, 그때의 후유증 때문인지 수비력을 끌어올리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발이 느린 단점을 노출했고 평소보다 수비력이 악착같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맨시티 오른쪽 윙어 존슨과의 매치업에서 시종일관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고 스크르텔-캐러거-존슨 같은 동료 수비수들의 부담을 키우는 꼴이 됐습니다. 존슨 또한 밀너 봉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스크르텔-캐러거가 집중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고 후반 7분에 골을 넣은 테베스를 놓치는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습니다. 무리한 4-4-2 전환을 비롯 수비력 불안까지 겹치면서 맨시티에게 0-3으로 패할 수 밖에 없었던 리버풀 이었습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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