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격 전개가 둔탁합니다. 예쁘게 공격 했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11월 17일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한국-우즈베키스탄전 해설을 맡은 강신우 MBC 해설위원이 전반 40분에 던진 말이다. 중원에 있던 한 선수가 바로 앞에 있던 상대방에게 패스미스 범하는 실수를 보고 답답했는지 한국 공격력에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이 경기는 한국의 답답한 공격 흐름 속에 0-0 졸전으로 끝났다.

강신우 해설위원은 9개월 뒤인 10일 저녁 8시 45분(한국 시간) 중국 친황다오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D조 2차전 한국-이탈리아전에서 또 다시 박성화호 공격에 대한 쓴소리를 내뱉었다. 이번에도 한국의 답답한 공격력에 대한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수비수와 미드필더를 합해 7명이 너무 수비에 숫자를 많이 두는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옆쪽에 1~2명 정도 측면에 빠져야 공격이 원활하게 풀어갈 수 있는데요"(전반 25분 경)
"한국의 공격 패턴이 미드필더진을 생략하고 있죠."(후반 2분)

이러한 강신우 해설위원의 공격력 지적을 받은 올림픽대표팀은 공격력을 비롯한 여러 불안 요소들을 떨치지 못하고 이탈리아에게 0-3으로 완패했다. 지난 7일 카메룬과 1-1로 비겼던 한국은 이탈리아전 패배로 2위 카메룬(1승1무)과의 승점 차이가 3점으로 벌어지면서 사상 첫 올림픽 메달 획득은 커녕 8강 토너먼트 진출 마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의 공격은 답답 그 자체였다. 이탈리아를 겨냥해 4-4-1-1에서 4-3-3으로 포메이션을 변형했지만 미드필더들이 수비 위주로 경기를 풀어가면서 2선과 공격진의 사이가 벌어졌고, 강신우 해설위원의 말 처럼 ´수비 7명, 공격 3명´의 불균형적인 시스템이 형성될 수 밖에 없었다. 미드필더 지원을 적극적으로 받지 못했던 ´박주영-신영록-이근호´의 3톱은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가지 못했다.

한국은 전반 45분 동안 슈팅 수에서 4:8로 이탈리아에 밀렸으며 유효슛에서는 1:4의 열세를 나타냈다. 전반전에 시도했던 위협적인 슛은 43분 박주영의 헤딩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온것에 불과했으며 공격 루트가 측면쪽으로 72%(이탈리아는 62%, 좌우 공간 포함) 치우치는 단조롭고 비효율적인 공격 전개를 보였다.

공격이 ´예쁘게´ 않았던 또 다른 원인은 수비 불안에 있었다. 박성화 감독은 ´오장은-김정우-기성용´으로 구축된 2선에 적극 수비 가담을 주문하면서 7명이 수비진에 들어가면서 ´지오반니-로키-로시´로 짜인 이탈리아 3톱을 적극 방어했지만, 이들의 유기적인 공격을 막는데는 실패했다. 이탈리아 미드필더진의 공격 가담이 적극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의 7명이 이탈리아의 3명에게 밀려 전반전에만 2골 내주고 말았다.

후반전에는 이청용과 백지훈을 투입하는 공격적인 초강수를 두었지만 ´수비에 집중한´ 상대팀의 두꺼운 포백을 뚫는데 실패했다. 이탈리아가 후반 들어 6명(포백+수비형 미드필더 2명)이 수비진에 들어가면서 그들의 빈 틈을 파고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지 못한 것. 미드필더진의 활발한 경기 운영 흐름과 빠른 기동력 속에서도 ´박주영-이근호´ 투톱이 상대팀의 타이트한 압박 공세에 막혀 부진하면서 공격의 마무리가 떨어지는 문제점을 남겼다.

선수들의 전체적인 공격 전개도 아쉬웠다. 후반 초반에는 짧은 패스를 통해 공간을 파고들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후반 20분이 넘어들자 잦은 롱패스 남발에서 비롯된 부정확한 공격 연결로 의미없는 패스만 연결했다. 후반 33분에는 신광훈이 가까운 거리에서 공격 활로를 잃은 횡패스를 남발하다 상대팀에 공격권을 내주면서 경기를 역전시키려는 의지를 보이지 못하고 경기 종료 직전 세번째 실점과 함께 패배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했다.

박성화 감독은 지난달 세 차례의 국내 평가전에서 처진 공격수 박주영 중심의 공격 전술을 강화하며 올림픽 본선에 나섰다. 그러나 박주영을 중심으로 주변 선수들과 유기적인 공격을 전개하는 모습은 카메룬전과 이탈리아전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박주영은 두 경기에서 상대팀의 협력 수비에 막혀 이렇다 할 공격력을 펼치지 못했고 그의 압박을 덜기 위해 스크린 플레이를 펼치는 동료 선수들의 희생적인 모습도 없었다.

이탈리아와의 전반전에서 3톱을 맡은 ´박주영-신영록-이근호´의 공격력도 아쉬움이 남는 부분. 세 명은 전반 45분 동안 상대팀 진영에서 서로의 위치를 바꾸는 활발한 스위칭 공격을 했지만 누구도 공을 잡지 않았던 상황에서 움직임이 활발했을 뿐 어느 한 명이 공을 몰고갈 때 남은 두 명이 위치를 교환하면서 골 넣을 공간을 만드는 전술적인 움직임이 나오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세 명의 전반전 움직임은 비효율적이란 평가.

이렇다 보니 한국의 공격 전개는 강력한 이탈리아의 전력 앞에서 여러 문제점을 남기며 자멸했고 상대팀은 이를 전반 초반부터 간파하여 한국의 공격을 철저하게 봉쇄하며 승리를 확정 지었다. 이탈리아를 꺾기 위해 전반전 부터 수비 위주의 경기력을 앞세워 ´선 수비 후 역습´을 노리던 박성화 감독의 작전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이렇게 한국의 공격은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오는 13일 온두라스전을 이기더라도 올림픽 8강 진출마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남은 3일 동안 공격력에 대한 단점을 고쳐야 하는 절박한 과제를 안게 됐다. 이탈리아에 0-3으로 무너진 박성화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들은 ´예쁘게 공격해야 한다´는 강신우 해설위원의 충고를 깊게 새겨 들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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