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avi of Spain..FIFA World Cup 2010 Semi Final..Germany v Spain..7th July, 2010.

[사진=사비 에르난데스 (C) 티스토리 PicApp]

2002 한일 월드컵은 공격수만이 MVP(최우수 선수, 골든 볼)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줬습니다. 독일 골키퍼 올리버 칸이 대회 8골로 득점왕에 올랐던 브라질의 호나우두를 제치고 MVP를 수상한 것입니다. 결승 브라질전에서 호나우두에게 2실점을 범했던 아쉬움 속에서도 MVP를 차지한 것입니다. 그동안 공격수들이 MVP를 받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 이었던 흐름이 칸에 의해 깨진 것이죠.

2006 독일 월드컵에서는 프랑스의 공격형 미드필더 지네딘 지단이 월드컵 최고의 선수로 거듭났습니다. 이탈리아 수비수 파비오 칸나바로는 그해 발롱도르,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을 동시에 석권했습니다. 개인상은 골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들이 유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한일 월드컵과 독일 월드컵에서는 '팀을 중시하는' 새로운 추세가 나타났습니다. 또한 1998-2002-2006년 월드컵에서는 준우승팀에서 MVP가 배출됐습니다. 우승팀에서 MVP가 나온다는 보장이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결승에 진출했던 스페인 또는 네덜란드 선수 중에서 MVP가 배출 될 가능성이 큽니다. 대회 5골로 득점 공동 선두를 기록중인 다비드 비야(스페인) 베슬러이 스네이더르(네덜란드)의 맞대결 승자가 MVP까지 석권할 가능성이 있지만, 또 한 명 주목할 선수는 '패스 메이커' 사비 에르난데스(30, FC 바르셀로나. 이하 바르사) 입니다.

사비는 스페인 대표팀과 바르사에서 철저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항상 끊임없이 시도하는 패스를 통해 팀의 점유율을 늘리고 동료 공격 옵션의 골 기회까지 엮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번의 골보다는 활발한 패스를 날리는 선수이기 때문에 외부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조연이 맞습니다. 하지만 스페인 대표팀에서는 비야, 바르사에서는 메시-즐라탄-페드로가 다득점을 기록할 수 있었던 발판은 사비의 패스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것이 맞습니다. 단순한 조연이 아닌, 주연의 캐릭터를 강화하는 주연급 조연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드라마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축구로 치면 팀 전술을 좌지우지하는 셈입니다.

스페인은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결승 무대에 진출했습니다. 결승에 올라서기까지 본선 6경기에서 7골을 기록했으며 비야가 5골을 책임졌습니다. 물론 스페인의 공격적인 특성 치고는 골이 부족한 아쉬움이 있는것은 사실입니다. 16강-8강-4강에서 1-0 스코어를 기록하며 3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펼쳤던 탄탄한 수비 조직력이 있었기에 월드컵 우승에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스페인이 많은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결승 진출 원동력을 '실리 축구'로 꼽지만, 실리 축구가 아닌 패스 축구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 스페인은 본선 6경기에서 81%의 패스 성공률(4201개 시도, 3387개 성공)을 기록해 패스 부문 1위에 올랐습니다. 결승에서 격돌하는 네덜란드가 72%(3366개 시도, 2434개 성공)를 나타냈음을 상기하면 스페인의 패스 축구가 얼마만큼 강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정확한 패스를 활발히 시도하는 팀은 상대팀에게 공을 빼앗기지 않으며 얼마든지 공격을 주도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그 중심에 있는 사비는 스페인 선수 중에서 가장 많은 패스를 시도했고 성공률 또한 높았습니다. 스페인의 패스 축구를 주도하는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팀을 이끌어가는 것입니다.

또한 스페인이 6경기 동안 받은 옐로우 카드는 3장에 불과하며 파울 62개를 기록해 4강 진출국 중에서 가장 적습니다. 월드컵 페어플레이상 1위를 기록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한국이 2위) 패스 축구 흐름 속에서 높은 볼 점유율을 기록했기 때문에 상대 공격을 막아내는 수비 시간이 다른 팀들보다 적으며 무리한 반칙을 범하는 경우가 적습니다. 쉴새없이 패스를 계속 연결하면서 상대팀의 공격 기세를 빼앗아 '질식 패스'를 펼치는 것이 스페인 패스 축구의 핵심입니다. 스페인과 만나는 팀들이 공격 전환과 동시에 패스 게임이 되지 않았던 이유는 스페인의 전략에 밀렸으며 그 흐름을 사비가 주도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스페인의 결승 진출을 이끈 키 플레이어로 비야를 꼽습니다. 하지만 스페인이라는 팀의 관점에서는 사비의 활약이 가장 컸습니다. 사비는 이번 대회에서 골을 넣지 못했고 도움 1개를 기록했지만 평소에 공격 포인트를 주무기로 삼았던 선수는 아닙니다. 팀의 패스 축구를 지탱하는 패스 역할에 주력했을 뿐입니다. 중원과 상대 진영에서 패스로 경기의 주도권을 장악하여 공격의 템포를 조절하고, 상대의 압박을 받으면 뛰어난 볼 키핑과 컨트롤을 통해 공을 지켜내거나 빠른 볼 배급에 의해 2차-3차 공격을 유도합니다. 여기에 활발한 움직임과 강인한 체력까지 동반되면서 자신을 마크하는 상대 수비를 지치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출중합니다.

사비가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증명받았던 것은 스페인의 유로 2008 우승 시절 이었습니다. 토레스-비야로 짜인 '영혼의 투톱'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지만 그 대회의 MVP는 사비였습니다. 화려한 공격 축구를 기반으로 삼았던 스페인의 아름다운 축구를 주도했던 선수가 사비였기 때문입니다. 사비가 밥상을 차렸다면 토레스와 비야가 숟가락을 떳다는 표현을 써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물론 유로 2008에 대한 스포트라이트는 토레스-비야에게 쏠렸지만 스페인 우승을 이끈 실질적인 인물은 사비였던 셈입니다.

그리고 사비의 남아공 월드컵 MVP 수상이 유력한 이유는 6경기 동안 맹활약을 펼쳤던 '꾸준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야가 5골 넣었지만 본선 1차전 스위스전, 4강 독일전 부진은 아쉬웠던 대목입니다. 반면 사비는 본선 6경기 동안 패스 위주의 경기를 펼쳐 스페인의 압도적인 점유율 강화 및 많은 패스 성공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스페인이 다득점 부족 속에서도 결승 진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사비가 중심이 되는 미드필더진의 패스 전개가 팀 전력을 지탱했기 때문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월드컵 MVP가 사비로 결정되면 이를 부정하는 논란은 무의미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비는 MVP가 될 자격이 있습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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