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근호 (C) 대한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kfa.or.kr)]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지난 17일 예비 엔트리 26명을 발표하면서 4명을 탈락 시켰습니다. 조원희, 강민수(이상 수원) 황재원(포항) 김치우(서울)가 허심을 잡지 못해 짐을 싸고 대표팀에서 하차했습니다. 네 명의 선수는 대표팀의 최종 엔트리 경쟁에서 밀려 다음 월드컵을 기약하게 됐습니다.
예비 엔트리 30인에서 4명을 추려낸 허정무호는 다음달 1일까지 최종 엔트리 23인을 국제축구연맹(FIFA)에 제출해야 합니다. 최종 엔트리에서 떨어진 3명은 대표팀의 오스트리아 전지훈련 및 남아공 월드컵 본선 일정을 함께 소화하면서도 그라운드를 밟을 자격이 없습니다. 이제는 허정무 감독의 신임을 얻지 못한 3명이 누구인지 주목할 때가 왔습니다.
허정무 감독은 한 포지션 당 두 명의 선수를 배치하며 최종 엔트리를 구성할 계획입니다. 수비수 8명은 모두 가려졌고, 공격수와 미드필더 중에 3명을 대표팀에서 하차시켜야 합니다. 중앙 미드필더로서 기성용-김정우-김남일의 최종 엔트리 합류는 확정적이며 남은 한 자리는 구자철과 신형민이 경쟁합니다. 공격수에서도 박주영-이동국-안정환이 자리를 굳혔다면 남은 한 자리는 이승렬-염기훈-이근호가 팽팽히 맞서있습니다. 박지성의 백업이자 왼쪽 윙어 한 자리는 김보경과 염기훈이 다투고 있습니다. 오른쪽 윙어는 이청용-김재성 라인이 확정적입니다.
그런데 이승렬과 김보경이 올해 A매치 및 소속팀에서 폼이 오르고 있다는 점은 최종 엔트리 23인 포함을 밝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이승렬은 지난 2월 14일 일본전과 지난 16일 에콰도르전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허정무호의 새로운 해결사로 거듭났습니다. 소속팀 서울에서도 활발한 움직임과 감각적인 드리블 돌파를 앞세워 결정적인 골 기회를 만들며 허심을 잡겠다는 의지를 과시했습니다. 김보경은 에콰도르전에 교체 출전하여 준수한 몸놀림을 보여줬고 소속팀 세레소 오사카에서 다득점을 뽐내며 최종 엔트리 포함에 대한 집념을 발휘했습니다.
이승렬과 김보경이 허정무호에서 두각을 드러낸 반면에 염기훈과 이근호의 행보는 주춤합니다. 전자가 평소의 폼을 되찾지 못했다면 후자는 경쟁자원들의 두각속에 팀 내 입지가 꺾였습니다. 염기훈은 에콰도르전에서 활발하게 움직였고 크로스바를 맞추는 헤딩슛을 시도했지만 킥과 패스의 세밀함이 평소보다 떨어진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왼쪽 발등뼈 부상 복귀 이후 수원에 이어 허정무호에서도 특유의 세기넘치는 플레이가 살아나지 못한 상태라면 최종 엔트리 합류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동안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순발력이 떨어진 것도 우려됩니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은 지난달 27일 월드컵 공식 행사 인터뷰에서 "염기훈은 팀에 필요한 선수"라고 치켜 세웠습니다. 염기훈을 최종 엔트리에 포함하겠다는 의지를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염기훈이 부상에서 돌아온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과 이야기가 다릅니다. 그러나 염기훈이 일본전과 벨라루스전에서 원래의 폼을 되찾으면 김보경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김보경보다 국제 경기 출전 경험이 더 많은데다 강한 상대와 맞서도 주늑들지 않는 대담함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평가전에서 허심을 잡으면 최종 엔트리 포함 가능성이 큽니다.
[사진=허정무호에 이어 주빌로 이와타에서도 골 부진에 시달리는 이근호 (C) 주빌로 이와타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jubilo-iwata.co.jp)]
문제는 이근호입니다. J리그 일정 때문에 에콰도르전에 불참했지만, 이승렬이 에콰도르전에서 두각을 떨쳤고 염기훈이 허정무 감독의 신뢰를 얻고 있어 팀 내에서의 입지가 불안합니다. 불과 1년 전까지 허정무호의 황태자로 명성을 떨쳤으나 끝없는 부진에 시달린 끝에 최종 엔트리 포함을 장담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름값을 놓고 보면 박주영의 투톱 파트너로 기용 될 수 있지만 A매치 12경기 연속 무득점, 올 시즌 J리그 12경기 1골 및 8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친 빈약한 득점력이라면 최종 엔트리 탈락이 유력합니다.
무엇보다 강민수-김치우-조원희의 대표팀 탈락은 이근호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세 선수는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한국의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공헌했던 선수들이고, 특히 강민수는 불과 3개월 전까지 허정무호의 주전 센터백으로 활발하게 기용되었던 선수였습니다. 강민수의 탈락은 올 시즌 수원 이적 이후의 끝없는 부진이 문제였고 김치우-조원희는 경쟁 자원이 많은데다 컨디션이 좋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세 선수의 탈락은 이근호도 최종 엔트리에서 낙마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이근호는 특유의 휘젓는 플레이를 통해 상대 수비를 교란하는 스타일입니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감각적인 발재간을 지닌데다 종적인 움직임에 능하기 때문에 상대 수비를 무너뜨릴 역량이 출중합니다. 문제는 그 스타일이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에 철저히 봉쇄 당했습니다. 이근호는 지금까지 허정무호에서 투톱 공격수로 뛰었으나 본래는 윙 포워드 였습니다. 그런데 측면에서 중앙으로 활동 무대를 옮기면서 상대 수비의 압박속에 활동 폭이 좁아졌습니다. 좁은 구역에서 자신의 장점을 맘껏 살려야 하는데, 이근호에게 이러한 역량이 부족합니다.
그런 이근호가 '국제 경기 울렁증'에 시달린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월등한 클래스를 자랑하는 팀들은 상대가 공격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미리 선점하여 수비를 두껍게 강화합니다. 상대 공격수를 철저히 마크하면 많은 체력이 소모되기 때문에 공간 싸움이 중요해진 것입니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상대 수비와의 공간 싸움을 이겨낼 수 있는 공격 옵션이 많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근호는 공간 싸움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거듭했고 휘젓는 플레이도 살아나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11월 덴마크전과 지난 3월 코트디부아르전에서도 상대 수비에 막혀 이렇다할 공격을 펼치지 못했습니다.
만약 이근호가 일본전과 벨라루스전에서 최전방을 맡아 한국의 승리를 이끄는 맹활약을 펼치면 최종 엔트리 합류 가능성이 커질 것입니다. 하지만 일본과 벨라루스는 그리스-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와 대등한 클래스를 지닌 팀들이 아니며 특히 일본은 나카자와 유지의 노쇠화로 수비 라인에 결함이 생겼습니다. 더욱이 이근호는 지난 2월 14일 일본전에서 교체로 투입했으나 뚜렷히 인상적인 경기를 펼치지 못했습니다. 두 경기에서 골을 넣더라도 상대 수비와의 공간 싸움에서 이기지 못하면 월드컵 본선 활약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근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상대 수비를 정면으로 무너뜨리는 플레이입니다.
이근호는 지난 2008년 10월 11일 우즈베키스탄전 부터 지난해 3월 28일 이라크전까지 A매치 8경기에서 7골 넣으며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골잡이로 거듭났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A매치에서 12경기 연속 무득점, 소속팀 이와타에서는 최근 8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쳐 극심한 골 부진에 시달렸습니다. 여기에 경기 내용에서도 확실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어 남아공 월드컵 최종 엔트리 탈락이 유력한 상태입니다. 허정무호의 황태자에서 '위기의 남자'로 전락한 이근호는 일본전과 벨라루스전을 통해 다시 한 번 허심을 사로잡을 돌파구를 마련해야 합니다. 생존의 기로에 선 이근호의 현 주소입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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