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tball - Celtic v Heart of Midlothian Clydesdale Bank Scottish Premier League

[사진=기성용 (C) 티스토리 PicApp]

스코틀랜드 리그에서 활약중인 기성용(21, 셀틱)의 최근 행보가 좋지 않습니다. 지난 25일 던디 유나이티드전에서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최근 6경기 연속 결장했습니다. 토니 모브레이 전 감독 경질 이후 닐 레논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은 이후 단 경기 조차 뛰지 못하고 있어 축구팬들의 걱정스런 시선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 기성용이 셀틱에 입단할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스코틀랜드 무대에서 성공할거라 예견했던 여론의 반응이 컸습니다. 그 기대는 셀틱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셀틱 관계자가 지난해 12월 기성용의 입단을 위해 한국까지 직접 내려왔을 정도였기 때문이죠.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영건인데다 4년의 장기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셀틱의 미래를 빛낼 적임자로 낙점했던 것이 셀틱 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모브레이 전 감독이 기성용의 영입을 원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성용은 모브레이 전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이후 단 한 번도 경기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기성용의 행보는 자신의 '절친' 이청용(22, 볼턴)과 대조됩니다. 이청용이 볼턴 입단 초기에 교체 옵션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입지가 변화하면서 팀 공격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행보가 기성용과 차이점이 있기 때문이죠. 기성용은 셀틱 입단 초기에 이청용처럼 서서히 출전시간을 늘리며 팀 전력에 필요한 선수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기성용과 이청용이 속한 리그가 서로 다른데다 팀의 사정, 포지션의 영향으로 서로 희비가 엇갈린 것입니다.

한 가지 짚고 싶은 것은, 셀틱이라는 팀은 만만한 팀이 아닙니다. 스코틀랜드 리그가 빅 리그가 아닌데다 프랑스-독일-네덜란드-루마니아에 비해 수준이 낮고, 셀틱-레인저스를 제외한 나머지 팀들 레벨이 K리그와 비슷하거나 떨어지는 것, 그 외 등등 셀틱이라는 팀은 한때 국내 축구팬 및 축구 전문가들의 과소평가 대상 이었습니다. 하지만 셀틱은 엄연히 유럽팀이며 122년의 역사와 무수한 트로피 횟수를 자랑하는 스코틀랜드 리그의 명문입니다. 강팀의 저력을 꾸준히 유지했고 네임벨류는 부족하지만 실속이 넘치는 선수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유럽에 처음 발을 들여놓는 선수가 적응하기 쉽지 않습니다.(또한 K리그도 특급 외국인 선수의 적응 실패가 잦은 곳입니다.)

Premier League: Bolton Wanderers 1 v 0 Burnley

[사진=이청용 (C) 티스토리 PicApp]

그래서 기성용에게는 유럽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셀틱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었습니다. 레논 감독 대행은 팀이 성적 부진에 시달리자 즉시 전력감 위주로 스쿼드를 편성하고 모브레이 전 감독이 신뢰하던 몇몇 선수를 주전에서 제외하는 분위기 전환을 꾀하면서 기성용에게 출전 기회를 주지 않았습니다. 만약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셀틱에 입단했다면 적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충분했는데, 기성용은 셀틱의 순위권 경쟁이 가열된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영입된 선수였고 팀 전력에서 검증되지 않았던 선수였습니다. 여기에 영건인 만큼, 셀틱 입장에서 즉시 전력감이 아닌 전력 외 선수로 비춰졌습니다.

반면 이청용은 기성용과 다릅니다.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볼턴에 입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볼턴 입단 초기가 팀의 시즌 초반이었기 때문에 좌우 윙어,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까지 번갈아가며 팀에서의 최적 위치를 찾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충분했습니다. 오른쪽 윙어 션 데이비스가 장기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 아웃된 것도 이청용의 출전 시간이 많아질 수 밖에 없는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중앙 미드필더 옵션이 풍부한 셀틱에서 힘겨운 경쟁을 펼치는 기성용과 처한 위치가 대조됩니다.

물론 이청용에게도 기성용처럼 자신의 기량을 믿어줬던 감독이 경질되는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하지만 게리 멕슨 전 감독이 볼턴에서 경질 된 당시에는 이청용이 볼턴의 에이스로 거듭난 시점 이었습니다. 멕슨 전 감독이 이청용을 영입한지 4개월 만에 팀을 떠났다면, 모브레이 전 감독은 기성용을 영입한지 2개월 만에 경질의 운명을 맞이했습니다. 멕슨 전 감독이 경질되기 2개월 전의 이청용은 프리미어리그의 활발한 공수 전환에 어려움을 겪으며 후반들어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점을 보인데다 대표팀 차출 후유증까지 겹쳐 기복이 두드러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결국, 기성용이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셀틱에 입단한 것은 '독'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기성용과 이청용의 희비가 엇갈린 결정적 이유는 두 선수의 포지션입니다. 기성용은 중앙 미드필더이고 이청용은 오른쪽 윙어입니다. 유럽 축구는 강력한 압박을 근간으로 삼기 때문에 측면보다는 중앙에서의 몸싸움 및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이 잦을 수 밖에 없습니다. 중앙에 많은 인원들이 몰려들기 때문에 압박이 많을 수 밖에 없고, 상대적으로 압박이 덜한 측면에서는 공간이 열려있기 때문에 활발한 돌파를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합니다. 이청용이 자신의 장점을 맘껏 발휘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Football - Kilmarnock v Celtic Clydesdale Bank Scottish Premier League

[사진=기성용 (C) 티스토리 PicApp]

반면 기성용은 다릅니다. 중앙 미드필더지만 팀의 공격을 조율하는 공격적인 역할에 익숙했기 때문에 투쟁적이고 압박 위주의 경기를 펼치는 수비적인 역할과 거리감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후자의 역할이 셀틱에서 요구하던 것이었습니다. 모브레이 전 감독이 그 자리를 맡겼는데 기성용이 새로운 역할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모브레이 전 감독 경질 이후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고 '수비력 약점'이라는 꼬리표를 떼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물론 모브레이 감독이 기성용의 장점을 읽지 못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측면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유럽에서 뛰는 중앙 미드필더라면 수비력이 강해야 합니다. 공수 조율과 패싱력은 물론 상대 공격의 예봉을 끊기 위한 위치 선정과 몸싸움에서 우세를 점하면서 상대 공격을 끊는 세밀한 커팅 실력이 갖춰져야 합니다. 그리고 넓은 공간 커버와 부지런한 움직임, 순발력 같은 운동력이 요구됩니다. 스콜스-제라드-램퍼드 같은 공격을 강점으로 삼는 중앙 미드필더들도 압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데다 수비력이 강합니다. 공교롭게도 유럽에 진출한 한국의 중앙 미드필더 중에서 뚜렷하게 성공한 선수는 허정무 뿐이며 김남일-이호-김두현-조원희는 실패한 케이스입니다.(여기서 말하는 김남일은 네덜란드 엑셀시오르 시절)

더욱이 스코틀랜드 리그는 몸싸움이 격렬한 곳이며 거친 선수들이 생존하기 유리한 곳입니다. 기성용은 그런 컨셉과 거리감이 있는 선수였기 때문에 유럽의 중앙 미드필더라는 특수성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기성용의 신장은 187cm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장신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외국에는 그런 선수들이 즐비합니다. 

셀틱에는 불과 1년 전까지 '일본 축구 에이스' 나카무라 슌스케가 팀 전력의 핵심 선수로 몸담았던 팀 입니다. 나카무라는 셀틱에서 주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고 팀이 플랫 4-4-2로 변화할 때는 측면을 도맡았습니다. 그럼에도 나카무라가 스코틀랜드 최우수 선수로 활약하며 성공가도를 달렸던 것은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이탈리아 세리에A 레지나에서 활약하며 다져진 경기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유럽 선수와의 몸싸움에서 이겨낼 수 있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키우며 셀틱에서 통할 수 있었습니다. 더욱이 셀틱에서 몸담았을때의 나이는 20대 후반 이었습니다. 축구 선수로서의 전반적인 운동 능력이 27~28세에 절정에 달하기 때문에, 셀틱에서 자신의 기량을 맘껏 쏟아냈습니다.

반면 기성용의 나이는 21세입니다. 낯선 유럽 땅에 적응하기 쉽지 않은 어린 나이입니다. 경기력이 베테랑에 비해 농익지 않았지만, 오히려 자신의 실력을 가다듬고 새로운 장점을 키울 수 있는 절호의 시기입니다. 박지성도 20대 초반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에 입단했으나 잦은 경기력 부진과 무릎 부상까지 겹쳐 1년 넘게 힘겨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럼에도 박지성은 유럽에서의 성공을 위해 포기하지 않았고 끝까지 부딪친 끝에 유럽 축구에서 롱런중입니다.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은 기성용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하면 셀틱에서 성공의 꿈과 희망을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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