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은 한국의 웨인 루니다"

잉글랜드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지난 2006년 6월 7일 인터넷 기사에서 '한국 축구의 별' 박주영(23, 서울)을 잉글랜드의 축구 아이콘 웨인 루니(23,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견줬다. 엄연히 경기 스타일에 차이가 있겠지만 10대 후반부터 한국과 잉글랜드에서 명성높은 공격수로 성장했던 공통점이 있기 때문.

한국과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85년생 동갑 내가 공격수 박주영과 루니는 우연치 않게 '닮은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0대 후반이었던 2000년대 초반 청구고와 에버튼에서 양국 축구계의 희망으로 떠오른 이들은 같은 해인 2004년 아시아 청소년 선수권대회와 유로 2004에서 맹활약을 펼쳐 부동의 '천재 공격수'로 명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2년 뒤 독일 월드컵에서는 나란히 실망스러운 경기력으로 자국 팬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기도.

두 공격수는 독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추락속의 나날을 보냈다. 박주영은 2006시즌 후반기부터 서울의 조커로 밀리더니 지난 시즌 부상과 부진을 거듭했고 올 시즌에는 단 2골에 그쳤다. 루니는 2006/07시즌 프리미어리그 개막전 풀럼전서 2골 넣은 이후 A매치까지 총 10경기 동안 골을 기록하지 못하더니 시즌 중반에는 8경기 연속 노골로 침묵했다. 줄부상에 시달렸던 지난 시즌 중반에도 6경기 연속 노골로 골 부진에 시달렸으며 활발한 골 기회 속에서도 번번이 골대를 빗나가는 아쉬운 골 결정력을 보여줬다.

박주영과 루니는 최근까지 한국과 잉글랜드에서 골 논란에 시달리는 대표적인 공격수들이다. 각국 축구 전문가들 조차 두 선수의 골 부진을 우려하며 여러가지 이유들을 내놓을 정도다. 독일 월드컵 이전까지 골 넣는 귀재로 불렸던 이들이 지금은 그와 다른 행보를 이어가게 된 것.

그랬던 이들이 2008년 8월 현재 동시 부활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올림픽 대표팀과 맨유에서 '이타적인 공격수'로 확고한 자리를 잡게 된 것. 공격수의 주 임무인 '골'이라는 존재보다 팀 플레이를 앞세워 동료 선수들에게 부지런히 골 기회를 열어주는 '도우미' 스타일의 이타적인 성향으로 변신한 공통점이 두 선수의 '닮은 꼴 행보'에 추가됐다.

박성화 올림픽 대표팀 감독은 지난 3일 출국 인터뷰에서 "지나치게 박주영에게 득점을 의존하기 보다는 동료 선수들에게 (골) 기회를 주는 선수의 역할로 활용할 수 있다. 위치 역시 약간의 변화를 줄 것 같다"며 골잡이의 면모가 두드러졌던 박주영의 역할이 이타적인 플레이어로 확고하게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영이 지난달 세 번의 올림픽 대표팀 평가전에서 도우미의 역할로서 맹활약을 펼친 것이 박성화 감독에게 점수를 높이 샀던 것.

루니는 지난 시즌 미드필더와 왼쪽 풀백까지 소화하는 잦은 포지션 변경 속에서도 이타적인 플레이어로서 제 몫을 해냈지만 활동 반경에 많은 힘을 소비하면서 골 결정력이 약해 이타적인 효율성에 문제점이 나타났다. 이번달 중순에 개막하는 프리미어리그에서는 그 이타적인 역할이 달라질 예정.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지난달 23일 잉글랜드 대중지 타임즈 온라인을 통해 "맨유가 더 나은 팀이 되려면 루니의 어중간한 역할을 결정지을 필요가 있다. 그의 최적 포지션은 최전방 공격수 또는 그 아래 자리다"며 더 이상 미드필더와 왼쪽 풀백으로 내리지 않고 공격수로서의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자신의 이번 시즌 계획을 공개했다.

루니는 이번 시즌 새로운 타겟형 공격수와 호흡 맞출 공산이 크다. 맨유가 '근육질의 발레리나'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를 루니의 도움을 받을 타겟맨으로 낙점하면서(물론 토트넘은 베르바토프의 이적을 반대하고 있지만) 루니의 이타적인 공격 성향을 공격진에서 최대한 발산시키려는 의지를 보였다. 루니의 붙박이 공격수 기용은 베르바토프에게 향하는 공격 루트의 완성도와 페널티 박스 안에서의 순도 높은 골 결정력을 살릴 수 있는 이점이 있어 실질적인 '루니 시프트'가 가동된다.

올림픽 대표팀은 '박주영 중심'의 전술적인 공격력이 하나의 트렌드로 굳어진 상황. 2선 또는 동료 공격수가 박주영쪽을 향해 패스를 연결하면 그는 예전처럼 슈팅을 날리는 것 보다 패스를 앞세워 문전으로 빠르게 침투하는 동료 선수들에게 공격 기회를 연결했다. 거의 모든 공격 전개 장면이 최근 세 차례 평가전에서 효율적인 모습을 보이며 박주영 시프트가 완성됐다.

이처럼 공통점이 많은 박주영과 루니는 이번달 베이징 올림픽 본선과 2008/09시즌 프리미어리그를 치르게 된다. 이타적인 플레이어와 팀 전술의 중심이란 '닮은 꼴 행보'까지 추가된 이들이 이번달에 열리는 중요한 경기에서 맹활약을 펼쳐 '메달 진입 노리는' 한국과 '리그 3연패의 기틀을 마련하려는' 맨유의 시즌 초반을 빛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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